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8 15:11 (일)
분만 상 과실로 신생아에 뇌성마비, 병원에 12억 배상 책임 
상태바
분만 상 과실로 신생아에 뇌성마비, 병원에 12억 배상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08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아곤란증 대처 지연...소생 노력 고려 책임 70% 제한

[의약뉴스] 분만 상 과실로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 법원이 병원에 12억 규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환아와 그의 부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아에게 12억 4200여만원을, 부모에겐 각각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 분만 상 과실로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 법원이 병원에 손해배상 및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 분만 상 과실로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 법원이 병원에 손해배상 및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임신부 A씨는 2016년 4월말 B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아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아왔으며, 이 과정에서 A씨와 태아에게 별다른 이상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유도분만 예정일 하루 전인 2016년 11월 20일부터 진통을 느꼈고, 같은 날 오후 6시~7시부터 태동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느낌이 들어 오후 10시 30분경 병원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병원에서 태동검사를 위해 내원하라고 하자 ㅁ씨는 밤 11시 30분경 병원에 도착해 입원했다.

이 병원 간호사는 오후 11시 39분부터 A씨에 대해 비수축검사(NST 검사) 및 내진검사를 실시했는데 이때 의사 B씨는 대면하지 않은 상태였다. 내진검사 결과, ㅁ씨는 ‘자궁 3cm, 자궁경부 소실도 50%’로 별다른 이상소견은 없었다.

이에 간호사는 ㅁ씨에게 분만 전 처치로 관장을 시행했고, 그 과정에서 NST 검사가 일시 중단됐다.

병원이 이용하는 검사기는 검사기 전원이 꺼지더라도 그 중단된 시간을 검사 결과에 반영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았고, 다시 NST 검사가 개재된 후 NST 검사기록지에 기재된 검사시각과 실제 검사시각 사이에 중단된 시간만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간호사는 A씨에 대한 관장 처치를 마치고 이튿날 12시 4분경부터 NST 검사를 재개했으며, 당시 태아의 심박수는 분당 155회로 측정됐다. 

이날 새벽 1시경, 간호사는 NST 검사 그래프상 태아의 심박수가 분당 80 내지 90회로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B씨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B씨는 새벽 1시 12분경 분만실에 와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한 후 A씨에 대해 제왕절개술을 실시하기로 결정, 1시 25분경 제왕절개분만을 시작해 1시 33분경 출산했다.

그러나 환아는 출생 직후 양수의 태변 착색이 매우 심했고, 호흡과 심박동이 없이 복부가 팽창한 상태였다. 병원의 진료기록지에는 신생아의 1분 아프가 점수(Apgar score)가 0점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환아에 대해 기관 삽관, 산소요법 및 흉부 압박 등을 실시, 아프가 점수를 4점으로 상승시켰다.

이후 병원 의료진은 신생아를 상급의료기관에 전원하기로 하고, 새벽 2시 7분경 의료진이 동승한 가운데 119구급차를 타고 앰부 배깅을 하면서 인근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전원했다.

전원된 병원이 기록한 2017년 12월 환아의 진단서에는 질병명을 ▲발달지연 ▲상세 불명의 기관지 폐렴 ▲상세 불명 신상아 흡인증후군 ▲중증 출산질식 ▲영아 발작으로 기재했다.

또한, 치료 내용에는 '출산과 관련한 가사와 연관된 태변 흡입, 심한 가사, 뇌손상, 폐동맥 고혈압증이 있었던 환아로, 1세지만 심한 발달장애가 있어 재활 치료 중'으로, 치료 소견에는 선천적 원인에 의한 장애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며, 분만 중 원인 미상의 상해에 의한 분만 손상의 결과로 생각된다'고 기재했다. 

환아는 2018년 1월 뇌병변 1급의 장애등급을 받았으며,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에 따른 사지마비 등으로 인해 현재 인지기능 장애, 운동장애 및 기능장애가 있고, 이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 동작 및 이동이 타인의 도움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비언어적인 의사표현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다.

환아의 부모는 “병원 의료진의 진료 및 출산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아이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에 따른 사지마비 등에 기인한 뇌성마비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게 됐다”며 B씨를 포함, 병원 의료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부터, B씨가 분만실에 도착한 시간까지 병원 간호사가 손으로 태동을 확인하고 NST 검사 및 분만 전 처치(관장)을 시행했을 뿐, B씨나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태아곤란증에 빠진 환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적시에 이뤄지지 못해 장애를 입게 됐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의료진이 원고의 분만 과정에서 태동 및 태아심박동수의 변화를 면밀하게 측정ㆍ관찰하고 그 변화가 있는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태아곤란증 여부를 판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한 “태동검사를 위해 ㅁ씨가 병원에 내원한 직후 간호사가 아닌 의료진이 직전 진료해 태동의 감소 여부 및 정도를 확인했다면 태동이 감소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검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검사를 통해 태아곤란증 등의 이상상황이 보다 이른 시기에 발견돼 그에 따른 조치가 적시에 취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반면 "A씨가 병원에 내원한 시점에서 이미 뱃속 태아가 태아곤란증에 빠진 상태였다면 의료진이 직접 태아를 진료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11월 14일까지 이뤄진 산전 진찰 및 기형아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태아의 NST 검사기록지의 표시에 의하더라도 입원 이튿날인 11월 21일 밤 12시 27분 이전에는 태아의 심박동수가 정상 범위 내인 분당 150회 가량이었음을 고려하면 병원에 내원한 시점에서 태아곤란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B씨를 비롯한 병원의 의료진이 A씨에 대한 상태관찰을 소홀히 함에 따라 태아곤란증 상태에 빠진 태아에 대한 조치가 지연됐고, 그로 인해 태아는 분만에 앞서 태변 착색이 심한 양수를 다량으로 흡입함으로써 중증 출산질식에 이르게 됐다”며 “그 결과 신생아가 장애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해당 병원에서 출산한 경험이 있어 병원이 A씨의 분만 과정에서 특별한 이상상황이 발생하리라 예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분만실에 도착한 이후 일련의 조치는 당시 상황에 비춰 적절하고 신속했으며, 출산 이후 신생아를 소생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