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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ㆍ대장 내시경 받다 프로포폴 부작용 사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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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ㆍ대장 내시경 받다 프로포폴 부작용 사망 “배상”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7.27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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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 프로포폴 투여상 과실은 불인정...경과 관찰상 과실 인정
▲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투여 과정에선 문제가 없지만,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투여 과정에선 문제가 없지만,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의약뉴스] 위ㆍ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환자가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의사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시는 지난 2021년 6월 경, B씨가 운영하는 D병원에서 병원 소속 의사 C씨로부터 ‘의식 하 진정 위ㆍ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신장 약 167cm, 체중 약 89kg, 체질량지수(BMI) 약 31.9kg/㎡로 비만이고, 고혈압으로 인해 혈압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었으며, 내시경 검사를 위해 평소 복용하던 아스피린의 복용을 일주일간 중단한 상태였다.

C씨는 내시경검사를 위해 A씨에게 프로포폴 70mg을 투여했으나, 진정상태에 들지 않자 프로포폴 10mg을 추가로 투여했다. 위 내시경검사를 시작했지만, 검사 도중 A씨의 산소포화도가 88~90%로 저하되자 프로포폴 주입을 잠시 중단하고 A씨를 깨워 산소포화도가 회복된 후 다시 검사를 진행했다.

A씨에 대한 위 내시경검사가 종료됐고, 이어서 대장 내시경검사가 진행됐는데, 검사 과정에서 움직임이 심할 때마다 프로포폴 10mg씩을 추가로 투여했다.

위ㆍ대장 내시경검사를 마친 A씨는 회복실로 이동했고, 회복실 담당 간호사는 A씨를 깨우려 했으나 깨어나지 않자 이를 관찰하다 내시경실 간호사를 호출, A씨의 얼굴에서 청색증을 확인했다.

C씨는 심정지로 판단하고 심폐소생술을 시도, AED를 부착하고 앰부배깅을 실시하면서 3~5분 간격으로 에피네프린을 투여했다. 병원 의료진은 이후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해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근 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심폐소생술, 앰부배깅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의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직접 사인을 ‘프로포폴 진정 부작용’으로 추정했다.

A씨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B, C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A씨는 C씨를 비롯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C씨는 A시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해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경우 수술 또는 시술에 참여하지 않는 마취과 의사가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용량 및 방법을 준수해 안전하게 투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A씨의 연령 등 신체상태를 고려한다면 투여량과 속도를 20~30% 감량해 투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C씨는 마취과 의사가 아니면서도 A씨에 대한 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프로포폴을 투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약 17분의 짧은 시간 동안 400mg이라는 과도한 양을 투여, A씨에게 호흡억제 증상이 나타나게 한 과실이 있다”라며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프로포폴 투여상의 과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프로포폴의 경우 반응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체중, 신장 또는 특정 시술에 따라 정해진 권장 용량보다는 환자 개인의 체질적ㆍ신체적 특성과 시술 당시의 환자 반응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투여량과 투여속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시술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10mg씩 추가로 투여하는 것은 임상의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므로, A씨에게 투여한 프로포폴의 양과 그 투여속도가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과 관찰상의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C씨 등은 A씨에 대해 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과정 및 내시경검사 종료 후 망인의 회복 과정에서 망인의 활력징후나 임상상태에 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C씨의 과실로 인해 A씨의 호흡억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포폴의 경우 다른 진정제에 비해 심혈관계 억제와 호흡억제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의식 하 진정으로 투여했다고 하더라도 전신마취에 준해서 저혈압, 기도폐쇄, 산소불포화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며 “프로포폴 진정 후 회복 과정에서도 전신마취의 회복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들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활력징후 및 호흡양상을 일정 간격으로 기록, 환자가 퇴원하기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응급조치 과정상의 과실에 대해 “프로포폴로 인한 호흡억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기관내삽관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 임상의학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므로, 기관내삽관을 신속히 시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C씨는 A씨를 심정지로 판단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앰부배깅을 실시하면서 3~5분 간격으로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했다”며 “C씨가 기관내삽관을 시행하지 않고 응급조치를 취한 것이 당시 임상의학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흡하였다거나 그러한 응급조치가 A씨의 상태를 악화시킬 정도로 지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프로포폴은 빠른 작용시간, 회복속도 등 여러 약리적인 이점을 이유로 다양한 진단적 또는 치료적 시술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A씨에 대한 부검결과에서 나타난 급성 사망의 위험이 있는 고혈압성 심장병 등 망인의 신체적 요인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데 기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은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즉각 에피네프린 투여, 앰부배깅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등 의료사고의 방지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고려,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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