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대법원 “비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이유만으로 처벌 불가"
상태바
대법원 “비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이유만으로 처벌 불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7.18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법 위반 새 기준 제시..."의료법인 악용해 실제 탈법한 사실 인정돼야"
▲ 의료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의료법인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증거 없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 의료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증거 없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의약뉴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비의료인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다만,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운영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의료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A의료법인 이사장 B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비의료인인 B씨는 지난 2006년 A의료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C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다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B씨가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위반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B씨가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때 일부 재산출연을 가장했고, 이사장 지위에서 보수를 과다하게 지급받았으며, 자신의 배우자 등 임직원들에게도 과다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영리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의료법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자금을 출연하거나 의료법인의 이사 등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존의 주도성 법리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ㆍ운영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와 허용되지 않은 행위의 경계가 불분하게 되어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명확성의 원칙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에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ㆍ운영됐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ㆍ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기본으로,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이다.

구체적으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을 출연하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거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ㆍ비영리성을 일탈했다면 의료법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

이어 “B씨가 의료기관 개설ㆍ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했다는 것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했다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ㆍ비영리성을 일탈했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심리ㆍ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본재산은 정상적으로 출연됐고, 출연이 가장된 부분은 전체 출연가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B씨의 보통재산 출연 가장으로 A의료법인이 정상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었는지, B씨가 사후적으로라도 A의료법인에 보통재산을 출연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ㆍ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B씨 등이 상당기간 동안 다른 직원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급여를 수령하던 중 A의료법인의 규모와 수익 증대 및 근무경력 등이 고려돼 급여가 인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같은 경우라면 B씨가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원심은 일부 단편적인 사정만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의료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시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반대의견을 제시한 대법관들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한 실질적 목적과 동기, 설립과정의 적정성, 의료법인 내부의 의사결정방식 등 의료법인의 설립과 운영의 전반에 나타난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돼 의료법인에 대해 예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 입법취지가 몰각됐다고 볼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행위는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이라는 전과정을 통해 행위자의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다수 의견은 이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구성요건 해당성 및 고의의 판단을 위한 여러 간접사실을 의료법인 설립에 관한 사항과 의료법인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형식적, 도식적으로 나눠 제시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수범자인 비의료인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운영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악용하거나 의료법인의 공공성ㆍ비영리성을 일탈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되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개설자격을 위반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한 것으로 평가돼 처벌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준래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은 기존의 사무장병원의 판단기준을 대폭 완화했다”며 “새로운 기준에 의하면, 외형상으로만 의료법인 형태를 갖춘 경우에 한해 사무장병원으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의료법인 개설의 병원의 경우에는 향후 사무장병원으로 판정하기 어렵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추가적으로 실체가 없는 의료법인이거나 비의료인이 재산을 부당유출한 경우에 한하여서만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이라며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실무상 사무장병원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