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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의사 설명의무’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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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의사 설명의무’ 어디까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5.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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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미성년자 자기결정능력ㆍ직접 설명할 사정 심리했어야...파기환송 결정
▲ 항상 의료소송에서 논란이 되어온 ‘설명의무’와 관련, 미성년자에게도 설명의무가 필요한지에 대해 대법원이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바로 미성년자의 자기결정능력과 직접 설명을 해야하는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는 것.
▲ 항상 의료소송에서 논란이 되어온 ‘설명의무’와 관련, 미성년자에게도 설명의무가 필요한지에 대해 대법원이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바로 미성년자의 자기결정능력과 직접 설명을 해야하는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는 것.

[의약뉴스] 항상 의료소송에서 논란이 되어온 ‘설명의무’와 관련, 미성년자에게도 설명의무가 필요한지에 대해 대법원이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바로 미성년자의 자기결정능력과 직접 설명을 해야하는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는 것.

대법원은 최근 환자 A씨와 그의 부모 B씨가 C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C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지난 2016년 6월경 당시 12세의 미성년자인 A씨는 모 병원에 내원, 뇌 MRI 검사를 받은 결과,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경우 CT, MRI, MRA, 뇌혈관 조영술 등을 이용해 진단한다.

A씨는 같은 달 C대학병원에 내원해 모야모야병의 수술적 치료를 받기로 하고, 이에 앞서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 받았는데, 당시 A씨의 부모인 B씨에게만 조영술에 관해 설명하고 시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문제는 A씨가 뇌혈관 조영술이 끝난 후, 입술이 실룩거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였다는 것. 이에 C대학병원 의료진은 뇌 MRI 검사를 진행, 좌측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을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치료를 시행했다.

A씨는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언어기능 저하 등의 후유장애가 남게 된 상황이다.

이에 B씨는 병원 측이 뇌혈관 조영술을 무리하게 시행했으며, 조영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합병증과 부작용에 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에선 시술 과정상 문제가 없었고,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도 “병원 측이 A씨의 부모닝 B씨에게 조영술을 왜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조영술에 대해 설명하고 시술 동의서에 서명도 받았다”면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는데, 2심 재판부는 시술에는 문제가 없지만, A씨에게 이 사건 조영술 시행과정이나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진행됐는데,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먼저 대법원은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 제2항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등을 환자에게,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에세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받아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 및 관계법령들의 취지에 비춰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라며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ㆍ승낙하는 상황이 많다”라고 전했다.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했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다만 대법원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서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 거부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는 미성년자 환자에게 의료행위 관해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 같은 법리와 기록을 비춰 원심판결을 살펴보면, 의료진이 B씨에게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해 설명했고, B씨는 조영술 시술 동의서에 서명했음을 인정했다”라며 “그렇다면 A씨는 B씨로부터 의료진의 설명 내용을 전해 듣고, 조영술 시행을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B씨와 함께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원심과 같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려면 A씨에게 의료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ㆍ승낙할 수 있는 결정능력이 있는지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친권자 및 법정대리인에게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을 했더라도 A양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원심은 이러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A씨에게 직접 설명했다는 사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라며 “원심의 판단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CNE 최청희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다면 의사는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라며 “그 방법에 있어 친권자 및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했다면 그러한 설명이 이들을 통해 미성년자인 환자에 전달됨으로써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온 것이 일반적인 진료현장의 모습이었다”라며 “앞으로는 의사는 모든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결정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진료현장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는 미성년자인 환자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미성년자인 환자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쉽고 상세하게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친권자나 법정대리인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확한 의사도 직접 확인한 후 이를 동의서 내지 진료기록부 등 서류에 반드시 상세하게 기록할 수밖에 없다”라며 “진료현장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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