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3 19:44 (화)
대법원, 말기암 환자에 산삼약침 주사한 한의사 실형 확정
상태바
대법원, 말기암 환자에 산삼약침 주사한 한의사 실형 확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4.15 0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고 기각...환자 측 변호인 "업무정지 명령 등 행정조치 시급"
▲ 대법원이 말기암 환자에게 산삼약침을 주사한 한의사와 사무장 등에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대법원이 말기암 환자에게 산삼약침을 주사한 한의사와 사무장 등에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약뉴스] 대법원이 말기암 환자에게 산삼약침을 주사한 한의사와 사무장 등에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3일 사기 및 의료법위반, 의료법위반교사 혐의로 기소된 S한방병원(사건 당시 한의원) 원장인 한의사 A씨, 직원 B씨, 또 다른 한의사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환자를 기망한 사기죄, 과장광고, 무면허 의료행위교사, 무자격 의료기관개설 혐의를 대법원도 모두 인정했다.

A씨는 지난 2012년경, S한의원 홈페이지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말기암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J약침에 대해 광고하며 말기암 환자들의 과장된 호전 사례를 게시했다.  

이를 본 간암 말기 환자 C씨와 그 가족은 같은 해 S한의원에 내원했는데, A씨로부터 12주 치료프로그램을 제안 받고 총 2376만원을 교부했다. 하지만 C씨의 증상은 점점 악화됐고, D병원에서 촬영한 CT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최초 CT촬영 영상과 D병원 촬영 결과를 비교하면서 “암이 처음 올 때보다 크기가 많이 줄었다. 암 진행이 멈추고 있다”며 “12주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으니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 제안했다. 이에 C씨와 가족은 1044만원을 추가적으로 지급했다.   

A씨는 다른 폐암 환자인 E씨에도 ‘J약침이 암세포 치료에 탁월해, 암환자가 치료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1069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았다.   

또 A씨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에게 약침을 환자에 정맥주사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A씨는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 환자치료 사례라는 제목으로 치료 전후의 CT사진 등을 비교 분석해 28가지 호전사례를 게재했고, A씨와 함께 근무하던 C씨도 다른 말기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과장된 호전사례 등을 제시하며 수 천 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치료비를 받았다. 한방병원 직원 C씨에 대해 비의료인이면서 A씨와 공모,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 C씨에 대해 1심에선 일부 유죄가 선언됐다. 1심 재판부는 J약침의 효능을 문제 삼으며 이들의 행위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면서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한의사 B씨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했다. 다만, C씨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 B씨는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선 벌금 1500만원을 추가로 선고했고, 1심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C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선 모든 항소를 기각했다.

특히 유죄가 인정된 A씨와 B씨에 대해선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무면허의료행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의료법에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판례 등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한의학과목에서 무면허의료행위인지 여부는 한의학적 처치가 한의사와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시행되고, 과학적, 의료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을 때”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제도가 신의료기술평가인데, 피고인들의 산삼약침에 대해선 신의료기술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부분 한의사가 이를 시술하지만 아직 의학적으로 그 효능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아직까지는 한의학적 처치라고 완전하게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의사인 피고인들이 시술해도 무면허의료인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산삼약침을 시술하라고 시킨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무면허의료행위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일부 환자에게 산삼약침을 맞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사기냐 아니냐에 대해 고심을 많이 했다. 결론적으로 전달된 내용에 명백하게 반하느냐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데 명백히 반한 부분이 있다”며 “피고인들이 산삼약침 성분에 들어있는 말한 한 성분은 오히려 들어가선 안 되는 성분이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홈페이지나 환자에게 설명할 때 이로 인해 약침을 맞으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환자는 산삼약침을 맞고 더 안 좋아졌는데 피고인들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오히려 은폐한 부분에 대한 증거가 인정이 돼서 1심대로 사기가 맞다”며 “의료 광고에 대해선 법령에 위반했다는 부분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고 1심의 판단이 그대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인들의 형을 정할 때 많이 고심했는데, 재판부가 가장 고심한 것은 A씨와 C씨에 대해서다. 의사는 상인이 아닌데 상인적 방법이나 상행위적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면 안 된다”며 “재판부가 판단하기엔 그 부분에 대해 선을 많이 넘었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후, 대법원으로 상고를 진행했지만, 피고인들의 형은 달라지지 않았고,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해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성립,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 교사, 거짓 내지 과장 광고로 인한 각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 증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 공판중심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S한방병원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한 환자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의료기관 폐쇄명령 등의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산삼약침 피해자를 대리해 형사고소한지 1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라며 “법적 분쟁 중에도 10년 전 의원이었던 A한의원은 병원급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산삼약침이 암 환자에게 효능 있다는 광고를 계속 해왔다. 업무정지 명령이나 의료기관 폐쇄명령 등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당국은 인체에 직접 투입되는 약침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을 거쳐야만 제조, 시판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라며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검증도 거치지 않는 비과학 영역이 의료행위로 포장돼 대중을 현혹하고 사기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