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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보 콜센터 파업, 꼬여만가는 실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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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보 콜센터 파업, 꼬여만가는 실타래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21.02.13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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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객센터 노동자 양측이 결국 ‘직고용’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설 연휴를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뒤숭숭한데, ‘파업’ 중에 명절을 보내게 됐으니 양측 모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대부분은 현재 공단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건보공단에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건보공단은 직고용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이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1단계에서 기간제, 파견용역 등 7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추가로 1600명 규모인 콜센터 인력을 직접고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언뜻 보면 이번 파업은 고객센터 직원들과 건보공단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건보공단 사내 노조와 콜센터 노조의 입장이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일 만큼 극명하게 갈려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사내 노조는 지난해 5월 진행한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약 76%가 ‘공정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찬성은 약 9%). 현장에서 느낀 바에 의하면 이러한 여론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건보공단 일반직 직원들의 콜센터 직원 직고용 반대 기류는 최근에 더 강해진 듯하다.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으로 전환한 대표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내홍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연금공단에 직고용 된 콜센터 직원들이 승진체계 등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일반직 직원들과 마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보공단의 꼬여있는 실타래도 더 심하게 꼬여가는 모습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손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콜센터 파업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조합원이 주축이 돼 이뤄지고 있고, 공공운수노조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건보공단 일반직 노조 역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집안사람끼리 싸우는데, 다른 가족 구성원이 중재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한다면 갈등이 빠르게 봉합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귀동냥에 따르면, 설 연휴 시작 전인 지난 9일 콜센터 노조 측에서 파업 지속 여부 등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일부 지역 콜센터 직원들은 업무에 일시 복귀할 거란 말도 들렸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상황에 비춰보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상황이 반전될 일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쪼록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겪는 불편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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