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잎 때문에 하마터면 못 볼 뻔 했다.
슬쩍 비치는 붉은 빛을 지나치지 않은 것은 앵두나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잎을 들추고 위로 치켜드니 과연 앵두는 익어서 먹을 때다.
그러기 전에 고운 빛깔, 보드라운 감촉을 느껴 본다.
앵두는 형제간 우애를 보여 준다고 해서 예부터 양반댁에 많이 심었다.
홀로 있지 않고 붙어있기 때문에 사이가 좋다고 본 것이다.
한편 한국전쟁 후 농촌은 그야말로 궁핍의 시대였다.
그나마 서울은 살림이 나았다.
그래서 앵두나무 우물가의 처녀들이 '서울로 서울로' 향했다.
무어 그리 급한지 간단하게 꾸린 단봇짐을 싸고서 예쁜이도 금순이도 서둘러 서울로 떠났다.
봄바람이라고 하지만 생계 때문이었고 이들은 웃음 파는 ‘에레나’가 되었다.
신붓감을 뺏긴 복돌이와 삼룡이가 고향에 가자고 달랠 때 그녀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19955년 김정애는 ‘앵두나무 처녀’라는 노래를 통해 이 같은 슬픈 사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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