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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을 따라서 걷는 서울성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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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을 따라서 걷는 서울성곽길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12.1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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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북한산의 웅장한 자태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왼쪽의 철책은 전방의 지오피 철책과 유사하다. 철책과 성곽을 사이에 두고 길을 걷노라면 속세의 찌든때가 조금은 씻겨 지는 듯 하다.

불심검문을 받아서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도를 닦는 스님조차도 불쾌해하기 마련이다.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에 보면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추고 군인인 듯한 사람들이 승객들을 검문한다.

소위 '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스님이 끌려 내려와 심문받는 장면은 뿌연 먼지 만큼이나 그로테스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도성 성곽길을 가려면 신분증 검사를 마쳐야 했다.

준비된 목걸이까지 걸고서야 출입문을 통과했는데 최근에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속된 말로 ‘민증을 까지 않고도’ 가는 길이니 기분이 조금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안내 직원은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성곽길의 초입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매우 가팔랐다.

경사가 심했고 영하의 날씨에도 곧 땀이 흘렀다.

그러나 정상에 서면 언제나 그렇듯이 바람이 불었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광화문 쪽에서만 올려다 보던 장면을 거꾸로 내려다 보게 됐을 때 느끼는 감회가 새롭다.

과연 나라의 수도로 삼을만한 곳이다, 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김신조 일당이 내려와 총격을 퍼부었던 소나무도 있고 전방의 지오피 철책과 유사한 철책도 지나고 돌의 묵은 때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역사의 현장을 지나다 보면 새삼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탄복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성곽길을 한 번 걸어보자.

북한산 자락과 평창동과 성북동 마을이 마치 동화 속 세상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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