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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23:27 (금)
날이 밝자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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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을수 없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7.28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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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이것은 밖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몸의 느낌으로 알았다.

텐트 주변은 아직도 깜깜한 밤이었으나 날은 변화를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는 사라지고 여명이 다가왔다.

밤새 뒤척인 나는 일어나 앉아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공기는 한층 상쾌했고 몸은 웬일인지 가뿐했다.

피곤하지 않은 몸이 이상했다.

잠을 자지 않으면 신경이 극도로 예민했으나 오늘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휴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휴가의 이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

서서히 일어난 나는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으나 멀리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넘쳐났다.

설악산의 아침은 밤처럼 일찍 찾아왔다.

주변은 이슬을 머금은 나무들로 질퍽였으나 비가 멎고 바람이 불었으므로 빠르게 말라가고 있었다.

산바람은 셌고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주변의 물기를 스펀지처럼 빨아 들였다.

해가 뜨려는지 동해 쪽에서 붉은 기운이 새싹처럼 돋아났다.

바다는 아직 보이지 않았으나 해의 기운이 그곳이 파도가 치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나는 그쪽으로 몸을 돌려 기지개를 폈다.

이제 주변은 더욱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나 신비롭고 새롭게 다가온다.

그런 것은 조금 경건 하라는 의미였으므로 나는 티셔츠의 깃을 바로 펴면서 조신하게 움직였다. 다리를 뻗고 팔을 휘둘러 대는 과장된 몸짓은 피했다.

나는 서둘러 텐드를 걷었다. 그러기 전에 마른 상태를 확인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젖은 텐트는 보송보송하게 말랐다.

해와 바람은 물기를 걷어 냈다. 나는 그것을 둘둘 말아 배낭에 걸쳤다. 그리고 서둘러 위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엇에 쫒기는 짐승처럼 그렇게 한 것은 여기서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절대자는 이곳에 오지 않았고 나는 더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내가 가는 곳에 그가 오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있는 것도 온당한 처사는 아니었다.

나는 해를 등지고 걸었다. 막 떠오른 여름 해는 목 뒷덜미를 낚아채듯이 강하게 부딪쳤다.

타는 듯한 기운을 느낄 때마다 나는 배낭을 추스르면서 해를 막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뒷덜미가 타는 것은 석쇠위의 고기 같은 신세라고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청봉이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오가 다가오고 있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으나 나는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사과 하나는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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