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에 눈이 내렸다.
절에 눈이 온 것 이 뭐 대수냐만은 3월하고도 중순이고 보니 이야기 할 만 하다.
오대산 깊은 골짜기.
월정사 가는 길이 눈천지다.
전나무 숲 1킬로 미터는 눈의 터널이었다.
걷는 사람들은 가뿐했고 몸짓은 화려했다.
신라 선덕여왕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처마끝에 고드름이 길게 뻗었다.
아직도 이곳은 한 겨울인데 바람소리 고요하다.
어디서 풍경소리 아늑한데 보이는 것은 하늘 뿐.
국보 제 48호에 빛나는 8각 9층 석탑을 바라보면 속세의 일들이 부질없다.
그 속에 석가모니의 사리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랴.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온통 푸르다.
어느 새 든 간사한 마음은 이제 땅을 보고 싶다.
가파른 언덕을 걸어 상원사에 오른다.
내려다 보는 풍광이 압도적이다.
마음의 찌든 때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씻겨진다.
다시 하루 종일 걸어도 또 걷고 싶은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오대산의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오는 길은 내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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