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결제에 야반도주까지
제약사 약국 영업사원들이 실적달성과 관련 스트레스는 물론, 약국의 결제관련 횡포 등으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일부 약국의 경우 약품대금 결제시 원칙을 어겨가며 제멋대로 결제를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약품대금을 결제하지 않고 약국 위치를 옮기거나, 야반도주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선 약국 영업사원들은 새로운 약국과 거래를 개설할 때마다 약사·약국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 촌극(?)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참여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이에 대한 어려움을 성토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회원수만 2만명이 넘는 한 제약 영업사원 관련 카페 게시판에는 한달에도 10여건이 넘는 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서울 은평구 ○○동 ○약국을 하시던 ○○○약사를 찾고 있습니다. 전임과 거래하던 약사던데 약사회원 명부에도 기재가 돼 있지 않고...생각보다 잔고가 많이 있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회원도 “서산 ○○약국 이○○ 약사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년 3월까지 서산시 ○○동에서 약국을 하던 약사인데 제돈 띵까 먹고(안갚고) 날랐네요. 다음 약사님이 잔고 받을 것이라 해놓고...다음 약사님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 하고...지금은 강원도 속초쪽에 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특히 이글에 ‘짜증’이라는 회원은 “그 인간 또 띵까 먹구 도망갔나요?? 서산에 있었군...저도 피해자인데...전 일찌감치 포기를...못찾겠더라구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한 “김○○ 약사를 찾습니다...”란 제목의 글에는 “2002년 12월쯤 ○○약국에서 야반도주한 김○○ 약사를 찾습니다. 나이가 43세 정도고요, 키는 158cm 정도에 매우 마른 편이고 피부는 까만 되요...필리핀에서 약대를 졸업 했고요...”라며 구체적인 신체특징까지 적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체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들에게 실적달성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 업무 중 하나”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결제기일을 제때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대금결제도 약사 마음대로 정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주위에서 약국이 사전 연락도 없이 폐업하거나 심지어 야반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져 수천만원의 떼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신설 약국과 거래를 틀 땐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제약업체에서는 ‘불량 고객리스트’를 작성해 영업사원들의 영업활동에 활용하는 한편, 철저한 영업관리를 위해 감사팀과 영업지원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체 한 관계자는 “약국 영업사원들로부터 결제 등과 관련된 어려움을 토로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서 “약국영업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병·의원영업쪽으로 옮겨 달라는 영업사원들의 건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긴 하지만, 가끔 여행경비, 회식비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약사들의 경우 특히 집단의식이 강해 실적이 어느 정도 이상 되면 거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epi021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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