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경구용 C형 간염치료제가 내달(3월) 첫 선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경구용 C형 간염 치료제(DAA, Direct Acting Antiviral) 빅트렐리스(성분명 보세프레비르)를 선보였던 한국MSD가 단일정 복합제로 약효와 편의성을 모두 개선한 또 하나의 DAA, ‘제파티어(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의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연말 시판허가를 획득한 이후 이처럼 빠르게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빨리 급여권에 진입, 새로운 DAA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최근 일부 보도처럼 이르면 상반기 중 급여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사측의 기대다.
이미 1000억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C형 간염 DAA 시장에서 한 발 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자신감의 배경은 현장의 반응이다. 선발 주자들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간편한 복약 스케줄과 짧은 투약기간, 뛰어난 내약성을 자랑하고 있는 제파티어가 숨통을 트여줄 것이란 기대다.
현재 C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서는 BMS의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 조합과 길리어드의 하보니(성분명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와 같은 소발디(성분명 소포스부비르) 기반 요법이 1000억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저렴한 약가로 시장공략에 성공한 다클린자+순베프라 조합은 치료 전 내성검사가 필요하고 두 약제간의 투약 간격이 달라 복약순응도 면에서 단점이 있었다.
치료기간도 24주로 DAA 중에서는 긴 편이며, 유전자형도 1b형으로 제한되어 있어 대체제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았다.
그나마 소발디와 함께 하보니가 급여권에 진입하며 닥순의 한계를 메웠지만, 약가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하보니의 급여범위는 다클린자+순베프라 조합으로 치료 불가능한 환자로 제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보니를 비롯한 소발디 기반요법은 혈액투석환자에게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고, 환자에 따라 투약간격이 달라지는 단점도 있었다.
반면, 제파티어는 1일 1회 1정이라는 고정용량 복합제의 장점에 더해 음식물과 상관없이 투약가능하고, 내성검사의 필요도 없으며, 투약 스케줄도 대부분 12주로 동일하다.
다만, 보세프레비르와 시메프레비르, 텔라프레비르 등 1세대 DAA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리바비린을 추가해 12주(유전자형 1형) 혹은 16주(유전자형 4형)간 치료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1세대 DAA에 노출된 환자가 많지 않아 대부분은 12주 제파티어 단독 치료요법의 대상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내약성의 측면에서도 제파티어 단독요법은 주요 임상시험에서 중대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 환자가 1% 이내로 위약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더해 C형 간염 환자 가운데 고령환자가 많은 국내 현실을 비춰볼 때에도 제파티어이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소발디 기반요법의 한계인 혈액투석 환자에서도 용량 조절없이 동일한 스케줄로 치료가 가능하며, 특히 고령 환자들이 흔히 복용하고 있는 제산제나 위산분비억제제에 있어서도 하보니와 달리 약물상호작용에 대한 부담이 없어 현재 C형 간염 치료 현장의 사각지대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장의 시선은 이처럼 기존 치료제의 한계에 주목하고 있지만, MSD에서는 그 이상을 자신하고 있다. 단순히 ‘틈새시장’이 아니라 맞대결도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다.
적응증(간경변이 없거나 대상성 간경변을 포함한 유전자 1형 및 4형 만성 C형 간염 환자)에서는 대부분 스케줄의 변화 없이 12주간 1일 1회 제파티어 1정으로 완치가 가능한 만큼 기존 치료제의 부족분을 메울 보완제가 아니라 보다 우월한 대체제로 평가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실제로 그간 미루지 말고 치료를 시작하라던 현장에서도 이르면 상반기내에 제파티어의 급여가 가능할 것이란 보도에 치료시기를 늦추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대로 상반기 내에 급여권에 진입한다면, 다클린자+순베프라 조합의 투약 스케줄 안에서 제파티어의 투약 스케줄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변수는 있다. 하보니의 사례처럼 제파티어의 급여 범위가 제한될 경우다. 사측에서는 아직 급여 범위 제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과거 MSD는 빅트렐리스로 DAA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지만, 급여권에도 진입하지 못한 채 후발주자들의 기세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다.
이제는 후발주자인 제파티어를 통해 이미 탄탄하게 시장을 형성한 선발주자들을 이겨내고 흑역사를 청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