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악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하치조신경을 절단, 아랫입술 등에 마비를 유발한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245만 5975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경 성형외과 의사인 B씨가 운영하는 C의원에 내원해 상담직원 D씨와 상담한 결과, B씨로부터 투시영상에 의한 하악각 축소술 및 광대뼈 축소술을 받기로 했다.
다음달 A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C병원에 내원했는데 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해 시행한 방사선 촬영 검사 결과, A씨의 하악은 수술 대상 부위로부터 하치조신경이 통과하는 하악관까지 절개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은 상태였다.
B씨는 A씨에 대해 수술을 시행했는데, B씨가 수술 중 두개골에 대한 방사선 촬영을 통해 얻은 투시 영상을 보면서 A씨의 입안으로 수술용 전기톱을 넣어 광대뼈와 하악을 절제해 축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술 직후, A씨는 의료진에게 아래 입술에 감각이 없음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A씨는 E대학교 치과병원에 내원해 아래 입술, 아래 앞니, 아래 잇몸에 대한 감각 저하 증상을 호소했고 대학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해 파노라마 방사성 및 CT 촬영 검사 결과에서 과도한 골절제로 양측 하악관이 모두 소실됐다는 소견이 관찰됐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E대 치과병원에서의 검사결과를 알리면서 아래 입술부위에 ‘긁는 느낌’이나 ‘두드리는 느낌’은 있으나 아래 입술, 아래 앞니, 아래 송곳니 부위의 감각이 수술 전보다 저하됐음을 호소했다.
B씨는 A씨에게 신경과 상담과 함께 신경손상을 확인하기 위한 내시경에 의한 관찰적 수술을 권유했는데 A씨가 이를 거부해 시행되지 못했다.
이틀 뒤, A씨는 B씨에게 아래 입술 부위 등의 감각 저하를 호소했다. B씨는 A씨에게 내시경에 의한 관찰적 수술과 신경봉합술을 권유했고, 이번에는 A씨의 동의하에 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수술 결과, A씨에게 ‘신경관 노출 없음’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설령 신경관이 열려 있어 신경이 노출됐더라도 절단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 뒤 신경봉합술을 시행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F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 내원 같은 증상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E대학교 치과병원의 영상검사 결과 및 A씨의 증상을 토대로 A씨의 양측 하치조신경이 절단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치조신경은 상악 및 하악의 치아와 치육에 분포하고 있는 지각신경으로 상치조신경과 하치조신경으로 이루어진다. 하치조신경은 삼차신경 제3지인 하악신경 최대의 가지이고 하악공에서 하악관으로 들어가 하치 신경총을 만들며 이곳에서 하치지와 하치육지를 분지한다.
현재 A씨는 아래 입술, 아래 치아, 아래 잇몸 부위의 감각 저하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B씨는 이 사건 수술 중 하악축소술을 시행하면서 하악관 내 하치조신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예상 골절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하악을 축소, 하치조신경을 절단해 손상시켰다”며 “수술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하치조신경 손상 등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감각 저하를 호소한 부위는 하악관을 통과하는 하치조신경이 관할하는 부위인데 E대학교 치과병원의 방사선 및 CT 촬영 검사 결과 과도한 골절제로 인해 A씨의 양측 하악관이 모두 소실됐다는 소견이 관찰됐다”며 “F대 치과대학병원에서도 하치조신경이 절단됐다고 진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경미한 신경 손상의 경우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대부분 감각이 돌아오는 반면, A씨는 수술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A씨가 수술 전 감각저하 등 이상증상을 호소한 바 없고 수술 외에 달리 신경손상을 초래할만한 소인 등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을 비춰보면 A씨의 하치조신경은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절단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수술 전 시행된 방사선 촬영 검사 결과에서 A씨의 하악 구조상 하악관을 침범하지 않고 축소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다는 소견이 나왔으므로 B씨로서는 수술 과정에서 하악관을 침범해 하치조신경을 손상시킬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C병원의 상담기록지에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증상들로 ‘신경의 기능 부전-운동신경, 감각신경’이 기재돼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상담기록지의 기재가 수술에 의한 신경손상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안면윤곽술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감각저하를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상담기록지에 의한 설명은 의료진이 아닌 상담직원 D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설명도 주로 수술에 따른 비용이나 미각적 효과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이어 “B씨도 A씨와 상당함 바는 있으나 신경손상에 관해 설명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일반적인 안면윤곽교정술보다는 신경손상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투시영상에 의한 안명윤곽교정술을 권유한 것으로 볼 때 오히려 B씨가 수술에 따른 신경손상 가능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설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에게 이 사건 수술로 신경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B씨는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