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이 비켜간 자리,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오곡백과에 양분을 흠뻑 주고 있군요.
이른 아침 온 몸에 햇살을 받은 도토리가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알싸한 맛이 나는 도토리 묵 생각이 나다가도 다람쥐의 열매로 남겨 두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져 봅니다.
아, 도토리도 풍년이니 하나는 먹고 하나는 남겨 두고 다른 하나는 커다란 참나무로 자랄 씨앗이 되게 멀리 던져야 겠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도토리 두 알/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저작권자 © 의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