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신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간 유예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3일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입법예고된 개정안과 관련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도 바로 요양급여 결정 심사를 청구할 수 있게 되며, 심평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즉시 환자에게 실시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후 1년간 NECA(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의료기술이 환자의 몸에 시술되며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거쳤다 하더라도 식약처의 품목허가는 NECA의 안전성 검토 절차와 관점과 목적이 달라 신의료기술평가를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식약처에서는 의료기기의 실험실적 안전성과 성능을 주로 평가한다”면서 “반면 NECA에서는 임상적 결과지표, 즉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합병증은 없었는지 사망 사례는 없었는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식약처 임상시험 과정에서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과 비교한 임상문헌을 갖추도록 심사 조건을 강화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험실적 안전성과 성능만을 평가했던 식약처가 임상문헌 검토에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설령 인력을 보충해 전문성을 갖춘다 하더라도 식약처 품목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80일 정도”라며 “지금까지 NECA에서 280일에 걸쳐 충분히 검토하던 것과 비교하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유예기간 1년이 만료돼도 신의료기술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의료기술이 환자의 몸에 시행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임상데이터를 획득할 기회를 얻게 되며, 부작용이 생길 경우 즉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시술 이후 부작용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뒤늦은 신의료기술평가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드러났을 때 이미 피해자가 된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 유예하려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요양급여 규칙)을 먼저 개정하거나 함께 개정해야 한다.
요양급여 규칙 제10조 1항에 의하면 요양급여 결정 신청의 대상이 되는 신의료기술은 의료법 제53조에 따른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안전성·유효성 등을 인정받은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양급여 규칙 제10조 1항을 수정하는 개정안은 입법예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신의료기술평가 규칙 개정안에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의2제3항 단서에 따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요양급여 규칙에는 ‘제9조의2’가 없어 존재하지도 않는 규칙 조항에 근거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하려는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사실 복지부는 요양급여 규칙 제10조 1항을 수정하는 조항과 ‘제9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이미 법제처에 심사 의뢰했다”면서 “그런데 해당 개정안은 관보나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입법예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법제처 법제업무편람에 의하면 입법예고가 생략되는 경우는 ‘긴급하게 입법이 필요한 경우, 입법 내용의 성질이나 그밖의 사유로 예고의 필요가 없거나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상위 법령 등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 예고를 하는 것이 공익에 현저히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한정짓고 있으며, 당연히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안은 이 중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오히려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개정안이기 때문에 장기간의 입법예고를 통해 반드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데, 복지부는 의료기기 업계의 이윤을 위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요양급여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도 없이 통과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복지부는 안전성 검증 안된 신의료기술을 시술할 수 있게 해주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라”면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없이 법제처 심사 의뢰한 사실에 대해 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해당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