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앞에 개자가 들어가는 꽃중에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더 있을까요. 개망초는 망초의 가짜이름인가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 널이 퍼진다음 나라를 빼앗겨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요.
세상에 억울한 일이 참 많지만 개망초도 그런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로라면 정말 제대로 만난 꽃을 보는 듯 흐뭇한 미소가 가시질 않습니다.
바람에 한들 거리는 개망초를 보다가 그만 개망초가 피었다고 나직이 소리쳤지요.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번져라 번져라 病이여/문태준
1
개망초가 피었다 공중에 뜬
꽃별, 무슨 섬광이
이토록 작고 맑고 슬픈가
바람은 일고 개망초꽃이 꽃의 영혼이 혜성이 돈다
개망초가 하얗게 피었다
잠자리가 날 때이다
너풀너풀 잠자리가 멀리 왼편에서 바른편으로 혹은
거꾸로
강이 흐르듯 누워서 누워서
2
오늘 다섯 살 아이에게 수두가 지나가고, 나는 생각한다, 만발하는 것에 대하여 수두처럼 지나가는 꽃에 대하여 하늘에 푸른 액정 화면에 편편하게 날아가는 여름 잠자리에 대하여 내 생각에 홍반처럼 돋다 사그라드는 것에 대하여
그리하여 나는 지금 앓고 있는 사람이다
3
그리고 나는 본다, 한 집의 굴뚝에서 너풀너풀 연기가 번져 나오는 것을 그 얼룩을
그리고 나는 안다, 이 뜨거운 환장할 대낮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한 여인을 그 얼룩을
에미가 황해도 무당이었고 남편은 함경도 어디가 고향이고 여인은 한때 소를 한때 묵뫼를 사랑했고 올여름 연기를 지독히 사랑했고 불을 때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을 그 얼룩을
연기는 아주 굼뜨고, 연기는 무학자이고, 연기는 나부이고, 연기는 풀이 무성한 묵밭이고
연기는 아궁이 앞에 퍼질러 앉은 그 여인이고, 갈라진 흙벽의 정신이고, 미친 사람이고
4
하늘의 밭에는 개망초가 잠자리가 연기가 수두처럼 지나가고 있다 더듬더듬거리며 옮아가고 있다
번져라 번져라 병이여,
그래야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