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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고 떠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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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고 떠난 사람
  • 의약뉴스
  • 승인 2015.03.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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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에서 한강 합류 지점 조금 못미쳐 양화교 다리아래에 색스폰을 부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4년전 쯤 부터 시작해 거의 매일 오후 3시간씩 악기 연습을 한다고 했다.

마침 그곳이 자전거 레이스를 즐기거나 워킹하는 코스 여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연주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대개 흘러간 뽕짝이 그가 부르는 노래인데 열에 아홉은 좋아 한다고 했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흥겨운 음악을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간혹 민원을 넣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소음이라는 것.

경찰도 출동했는데 와서 보니 별 것 아니라고 해서 그냥 돌아가고 있는데 어떤 때는 신고가 들어왔으므로 딱지를 떼야 한다고 해서 4만원짜리 불법주차 영수증을 발급했다는 것이다.

달리 처벌할 방도가 없었던 것.

고음의 스피커와 박자를 맞춘,  24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그의 색스폰 연주 솜씨는 루이 암스트롱에 견줄만큼?  일품이었다.

누가 들어도 연습 삼아 오는 정도는 지난것 같아 소음이라고 하기는 지나치지 않나 싶었다.

마침 그가 김훈이 처음으로 부른 '정주고 내가 우네'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 노래는 조용필은 물론 나훈아 박일남 문희옥 최진희 주현미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불렀다.)

사람들은 그 주위에 모여 간혹 춤을 추거나 음악을 감상하다가 가던 길을 계속갔다.

시민문화로 방치해도 될 것을 단속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는 이 사내는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울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가 짐을 챙기더니 홀연 떠나갔다.

정주고 떠난사람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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