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핀 꽃이 참으로 붉다는 것만 알 뿐이지요. 붉은 칸나를 보고 있노라면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 죽는 순간까지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어느 화가의 일생이 떠오릅니다.
칸나가 처음 핀 날, 고추잠자리 날고 그 다음날 한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칸나/오규원
칸나가 처음 꽃이 핀 날은
신문이 오지 않았다.
대신 한 마리 잠자리가 날아와
꽃 위를 맴돌았다.
칸나가 꽃대를 더 위로
뽑아올리고 다시
꽃이 핀 날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다음날 오후 소나기가
한동안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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