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라도 크게 들려 왔으면 좋겠습니다.
담장 너머 주황색 꽃이 반겨주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중국이 원산지인 능소화는 한 여름에 어울립니다. 모든 꽃들이 힘에 부칠 때 능소화는 늠름하게 하늘로 솟아 오릅니다.
임금의 사람을 받지 못하고 죽은 궁녀의 애절한 마음 때문일까요. 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 눈빛처럼 천진하기만 합니다. 기분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능소화/ 김광규
7월의 오후 골목길
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서투르게 흉내 내는
바이올린 소리
누군가 내 머리를 살짝 건드린다
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돌아다보는
능소화의
주황색 손길
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
무구한 눈길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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