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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관계의 종말(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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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관계의 종말(1973)
  • 의약뉴스
  • 승인 2014.05.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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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는데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 ‘시대와 불화’하는 이런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에서도 골칫거리다.

“바뀐 것은 시대지 난 아니다”라고 버틴다면 법보다 주먹이 더 필요하다.

잔인한 폭력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샘 파킨파 감독의 ‘관계의 종말’( 원제: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은 변한 시대를 거부하고 종전대로 살기를 원하는 빌리(크리스 크리스토퍼슨)에 관한 이야기다.

빌리만 나오면 영화는 싱겁다.

시대와 불화하는 사람이 있으면 시대와 찰떡궁합인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팻(제임스 코번)은 영혼을 팔고 시류에 영합하는 사람이다. 한 때 둘은 찰떡궁합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혹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불렸다. 실력과 무자비함을 겸비한 두 사람은 거친 황야의 시대에 두려움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팻은 보완관으로 빌리는 살인자로 팻의 추격을 받는다.

팻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친구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빌리는 순진하다. 5일간의 시간을 주지만 빌리는 멕시코로 떠나라는 팻의 제의를 거부한다.

 
포로로 잡힌 빌리의 신세는 처량하다. 8일 후면 교수형에 처해진다. 아이들은 감옥 밖 교수대의 줄을 그네삼아 놀고 있다.

주인공 빌리가 그냥 죽을 리는 없다. 감시자를 등 뒤에서 쏘아 죽인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서부극과는 다르다.

아무리 악당이라고 해도 등 뒤에서 총을 쏘는 장면은 흔치 않다. 그런데 주인공 빌리는 설마 뒤에서 쏘지는 않겠지? 라고 애원하는 간수를 망설임 없이 쏘아 죽인다. ( 이후에도 빌리는 열을 세고 난 후 방아쇠를 당긴다는 약속을 어기고 다섯에 뒤돌아서 상대를 죽이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말을 얻어 타고 마을을 떠난다. 진정한 총잡이로 존경받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때부터 쫒고 쫒기는 정통극의 형식이 펼쳐진다.

그런데 보안관 팻도 빌리만큼 저질이다. 팽개친 가정은 그렇다 쳐도 억지로 술 먹여 취한 자를 죽이거나 강탈로 얻은 재산으로 부자가 된 지주의 머슴역할을 충실히 한다.

한마디로 선과 악의 개념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슴에 배지를 달았으니 합법적이다. 빌어먹을 법이지만 팻은 쫒는 자이고 빌리는 도망자 신세다.

둘 중 하나는 죽게 되어 있다. 누가 죽어도 영화는 이상할 게 없다. 배신자 팻을 죽이고 빌리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귀향을 하면서 끝나도 괜찮다. 보안관이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해도 무난하다.

하지만 영화는 변한 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빌리가 죽어야 마땅한 이유다. 예상대로 빌리는 팻의 권총 두발에 가슴이 뻥 뚫려 죽는다.

팻은 거사 직전 빌리가 자주 불렀던 엉덩이가 젖소만한 창녀를 폭행하고 4명의 여자와 놀아난다. 마치 전투를 앞둔 병사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듯이 여자를 품으며 전의를 다진다.

빌리 역시 죽기직전 여자와 잔다.  자신에게 목걸이를 주면서 애정표시를 했던 머리카락이 배꼽 아래까지 오는 혼혈여인과 사랑을 나눈다. 팻은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창밖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기다려 주는 심정은 남자만이 안다.

배가 고픈 빌리는 밖으로 나오지만 팻의 똘마니들은 빌리에게 감히 총을 겨누지 못한다. 선혈이 낭자한 빌리는 숨을 거둔다. 일당 중 한 명이 집게손가락을 잘라 못에 박자고 호들갑을 떨자 팻이 개머리판으로 저지한다.

한 때 아들처럼 사랑했던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관계는 종말을 고하듯 팻과 빌리도 운명을 달리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데 때를 알지 못한 아니 알려고 하지 않은 빌리의 죽음은 팻의 변신과 대조적이다.

빌리를 죽인 팻은 존재의 이유로 자신을 설명했던 ‘살아가면서 막막한 순간’을 해소했나.

서부극에 자주 나왔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빌리의 동료로 나오는 유명한 가수 밥 딜런의 'Knocking On Heaven's doors’는 영화의 묘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셈 파킨파 감독의 또 다른 명작 ‘와일드 번치’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가: 미국
감도: 샘 파킨파
출연: 제임스 코번,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밥 딜런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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