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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앵무새 죽이기(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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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앵무새 죽이기(1962)
  • 의약뉴스
  • 승인 2014.03.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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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언제나 소수이고 골탕을 먹는다.  다수는 정의를 싫어하고 바르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있어왔고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벌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옳은 가치관을 실현한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고 세상이 굴러가는 이유이다.

역사는 이들 소수를 기억하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하퍼 리의 소설을 로버트 멀리건 감독은 1962년 앵무새 죽이기(원제: To Kill Mockingbird)라는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한 것도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압축해 보여주는데 성공한 감독의 수완은 관객들의 찔리고 싶지 않은 양심을 건드린다.

때는 1932년 대공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미국 앨러바마 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아내와 사별한 변호사 에티커스( 그레고리 펙)는 아들 젬( 필립 알포드) 딸 스카우트( 메리 배드햄)와 함께 생활한다.

어느 날 지역 판사는 톰 로빈슨 ( 브록 피터스)의 사건을 의뢰한다. 그는 백인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가시밭길을 가는 변호사의 고통이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흑인을 변호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는 흑인이면서 백인 여성을 감히 강간한 파렴치한이다.

하지만 그는 청년에게 씌워진 혐의가 날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이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집단 린치가 시작된다. 대체 당신은 뭐냐? 고 떼로 몰려와 위협하고 깜둥이 년(청년의 어머니) 의 애인이라고 도덕적 비난을 퍼붓는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이런 소문을 듣는다. 싸우고 와서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아직 이해하기도 힘들어할 아이들에게 에티커스는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타협하라고 가르친다. 아이는 묻는다. 마을 사람들이 안 된다는데 왜 변호하느냐고.

"그러지 않으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고 너희들에게 뭔가를 하지 말라고 말 할 수도 없을 거야.” 아이들은 타인을 위해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아버지가 승소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청석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더운 여름이다.

오락가락 하는 피해자의 주장과 거침없는 청년의 주장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증거는 없고 증언만 있는 재판에서 흑인은 누가 봐도 무죄다. 애초 법정까지 와서는 안되는 이 사건은 "법정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변호사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휴정 후 2시간 만에 돌아온 배심원들에 의해 유죄가 선고된다.

성인이 된 이후로 누구와도 키스해 본 적이 없는 백인 처녀가 흑인을 유혹하다 들키자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함께 강간범으로 몬 사건의 1심은 이렇게 끝난다.

낙담한 변호사는 항소를 결심하지만 흑인 청년은 호송 중 보안관 말에 따르면 미친 사람처럼 도망치다 총에 맞아 죽는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정원을 망치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오직 우리에게 진심어린 노래만 불러주는 앵무새는 오늘도 누군가의 손에 누명을 쓰고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연기가 좋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이웃집의 공포, 지하실에 갇혀 사는 키가 2미터나 되고 얼굴에는 긴 상처가 있고 눈은 튀어 나오고 침을 질질 흘리는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인 부 레이들리( 로버트 듀발)와의 구원을 통한 화해.

시간은 흘러 더운 여름이 지나고 낙엽 지는 가을이 오고 모든 것이 진정됐고 지금도 이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 6살 소녀의 회상은 이렇게 끝이 난다. 앨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마치 히치콕의 공포영화에 나오는 배경음처럼 음산하면서도 신랄하다.

우리나라도 2013년 양우석 감독, 송강호 이영애 오달수 곽도원 주연의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정의를 위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가 된바 있다.

국가: 미국
감독: 로버트 멀리건
출연: 그레고리 펙, 메리 배드햄, 필립 알포드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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