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고 있다. 산 속 깊은 웅덩이의 두꺼운 얼음도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땀을 흘리는 여름이 멀지 않았다. ( 다음은 송승언 시인의 '여름'이라는 시이다.)





여름/ 송승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통해 겨울이 왔다 나는 장롱을 뒤져 목을 묶는 생물을 찾았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습관을 버렸다 네가 온 벤치 하나 네가 오지 않은 벤치 하나 발목 잘린 벤치 하나 온통 하나뿐인 공원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네 입을 벌렸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쓸모가 없었고 살아 있었다 내가 온 벤치에 너는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목이 막혔다 개별적인 나무에서 개별적인 꽃이 피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너를 찾았다 너는 없고 너의 표정만 갈라지고 있었다 목이 막혔다
얼음 깨지는 소리, 벤치로 왔다 나는 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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