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눈이 내리고 눈 그친 아침 눈길을 걷는다. 누구 였나. 눈보라 속을 뚫고 왔다가 돌아간 발자국 보인다.
동물의 발자국도 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길게 심호흡 한다. 바람의 흔적을 따라 산을 오른다.( 다음은 장석주 님의 '눈길' 이라는 시이다.)
눈길/장석주
종일 눈보라가 쳤다.
누구였을까,
눈보라 속을 뚫고 왔다가 돌아간 사람,
눈 위에 찍힌 어지러운 발자국,
그 옆에 족제비 발자국도 가지런하다.
언 내[川]를 건너는 눈보라,
눈 맞고 서 있는
자두나무야, 너는 외롭냐?
저문 뒤
귀가 큰 어둠과 귀신이 왔다가 돌아갔는데
눈길에는 발자국이 없다.
밤은 三更,
다시 귀가 큰 어둠이 내려와 있다.
눈 그친 아침
밤새 눈보라 속에서 제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달려간 바람의 흔적,
바람의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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