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의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편지함을 보다 색다른 편지함을 보니 불현듯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지함을 매일 보고 오고 갈 편지함의 주인을 생각하면 텅빈 편지함은 왠지 쓸쓸해 보인다. 나 그대를 항상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가끔 생각날 때 편지 한 장 보내주면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다음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이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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