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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고추잠자리 살짝 떳다 무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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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고추잠자리 살짝 떳다 무안했다
  • 의약뉴스
  • 승인 2013.09.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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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첨병, 고추잠자리. 가만히 앉아 햇살 닮은 몸을 햇살에 말린다.

조심스럽게 뒤로 다가가 집게 손까락을 접지만 살짝 떴다 근처의 다른 곳에 앉는다.

그리고 날개를 앞으로 접고 나 휴식중이다라고 말한다. 손가락이 무안하다.

하늘 한 번 보고 살아온 내 인생, 살이갈 내 인생을 본다. ( 다음은 윤강로 시인의 '고추잠자리'이다.)

 

윤강로/ 고추잠자리

녹슨 철조망 몇가닥 걸린 말뚝

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고추잠자리는 눈 감고 있다 가만

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

휙 휘파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자리 날개가 햇살의 살갗

처럼 투명하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놓치거나 실패하면 재빨

리 채념하고 허공을 보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팠다

나의 아름다운 실패

고추잠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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