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뒤로 다가가 집게 손까락을 접지만 살짝 떴다 근처의 다른 곳에 앉는다.
그리고 날개를 앞으로 접고 나 휴식중이다라고 말한다. 손가락이 무안하다.
하늘 한 번 보고 살아온 내 인생, 살이갈 내 인생을 본다. ( 다음은 윤강로 시인의 '고추잠자리'이다.)
윤강로/ 고추잠자리
녹슨 철조망 몇가닥 걸린 말뚝
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고추잠자리는 눈 감고 있다 가만
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
휙 휘파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자리 날개가 햇살의 살갗
처럼 투명하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놓치거나 실패하면 재빨
리 채념하고 허공을 보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팠다
나의 아름다운 실패
고추잠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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