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니 열대야니 하면서 겁을 줘도 분수를 보면 시원하다.
시인은 두쪽으로 갈라지는 분수를 보면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시원하기만 하다.
사람과 시인의 눈은 이렇게 다르다.
분수(噴水) /김춘수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姿勢)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鮮然)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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