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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약국 뺏긴 한 약사의 애끊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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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약국 뺏긴 한 약사의 애끊은 사연
  • 의약뉴스
  • 승인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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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약국에 또다른 문전약국이 들어왔다. 앞의 문전약국은 골목길 건너이고 뒤의 문전약국은 병원건물과 같은 1층에 있다. 이제 앞의 문전약국은 이제 더이상 '문전'이라는 표현을 쓸수 없게 됐다. 뒤의 문전약국에게 3년동안 차지했던 문전의 위치를 넘겨주게 된 것이다.

12일 문전약국을 뺏긴 한 개국약사는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루 처방전 150건 이상, 매약 40만원 정도 하는 이상적인 약국보다 좋은 여건으로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특별히 약국을 할 만한 자리가 없었고 설사 인근으로 들어온다 해도 그동안 확보한 단골로 인해 별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일주일전 뜻밖의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의원 3곳이 입주한 병원건물 1층에 약국이 들어오게 됐다는 것.

그는 1층 전부를 은행이 쓰고 있어 1층에 약국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물 일부를 뜯고 통로를 확장해 말로만 듣던 문전약국이 문을 연 것이다. 그는 "문전 오픈 후 3일만에 처방전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푹푹 한숨을 쉬었다.

이 약사는 즉시 보건소에 담합여부를 의뢰했으나 괜찮다는 답변을 듣고 지금 속을 부글 부글 끊이고 있다. "오픈 하면서 인사도 오지 않았어요. 이제 약사라는 동지 의식은 사라지고 오직 밟고 넘어가야 할 상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동문이며 선후배며 '약사는 한가족'이라는 구호는 이제 물건너 간지 오래라고 했다. 그는 "뺏긴 손님을 되찾기 위해 드링크 무료제공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한편 새로 들어온 문전약국은 계약금 5천만원 이상에 월세도 상당액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공짜이다 시피했던 공간에 약국이 들어오면서 금액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했다.

문전을 뺏긴 약사는 "약국만 들어온다고 하면 계약금이 수십배로 뛴다" 며 "이제 약사는 건물주의 봉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고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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