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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충직하고 정직한 한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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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충직하고 정직한 한해를...
  • 의약뉴스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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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풍토 기대
나는 개다. 똥을 먹으니 사람들은 똥개라고도 부른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자기 똥구멍에서 떨어지는 똥을 덥썩덥썩 받아먹는 나를 보고 무서워하다가 나중에는 똥개라고 놀렸다.

그러면 수염에다 소화가 안된 콩나물 대가리를 걸친다음 좌우로 마구 흔들어 버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흰 엉덩이 살에 똥을 묻히곤 달아난다.

나는 아버지를 모른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개새끼’라고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인간 세계의 욕에 ‘개아들놈, 개 같은 자식, 개새끼’ 뭐 이런 말이 많은 것을 봐서는 인간도 만만치 않은 가보다.

속담을 살펴봐도, ‘개하고 똥 다투랴’, ‘개 밥에 도토리’, ‘개 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등 좋은 얘기는 별로 없다.

나는 애비도 모르는 촌뜨기 개이다만 도회지에 사는 우리 동료들은 요즘 매우 인기가 좋은가보다. 종류도 가지각색, 통조림 먹거리에 겨울 옷, 머리핀은 기본이다. 전용 집도 있고 심심할까봐 물어뜯기용, 희롱용 인형도 양산한다.

소식은 늦게 들었지만 프랑스의 미모 여배우가 국회의원들한테 보신탕 먹지 말라고 따졌다고도 한다. 우리 촌구석 개에게는 상관이 없겠지만 마음이야 후련하다.

2006년이 개의 해라 연말 연초에 사람들이 우리를 좀 띄워줄 모양이다. 그러니 우쭐한 마음에 우리 동료들을 좀 소개해야겠다.

우리 조상 중에는 우선, 플란더스의 개가 있다. 네로를 위해 우유 수레를 끄는 파트라슈, 사람들은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얼어 죽은 네로 옆에서 끝까지 체온을 나눠주지 않았는가. 오수(獒樹)의 개도 있다. 주인이 잔치 갔다가 동산에 누워있는데 들불이 번졌다.

우리의 용감한 조상은 개울에 가서 몸을 적셔 날렵하게 몸을 뒹굴어 불을 껐던 것이다. 주인은 지쳐 죽은 개를 기념하기 위해 지팡이를 꽂아놨는데 그것이 지금 울창한 느티나무가 되었다. 초등 교과서에 잘 나와 있다. 근데 개 자격으로 봐 좀 아이러니한 일은 오수가 보신탕으로도 유명하다는 것이다.

저 알프스 산맥에 가면 포도주병을 목에 매달고 설원을 누비는 구조견도 있고 시베리아로 가면 늠름한 시베리안 허스키들은 썰매를 끈다. 세퍼드는 공항에서 마약 찾느라고 애쓰고 있다.

우리를 잡아먹든 귀여워 해주든, 만 이천년 전에 인간 부락을 어슬렁거리며 뼈다귀를 주워 먹다 사람과 친하게 된 우리, 친구들인 늑대와 자칼보다야 괜찮은 운명이다. 게다가 충견이라고, 애완견이라고 추켜세우며 귀여워해주는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우리를 기념해주기로 한 이상, 사람들아, 내년에는 저 고양이들처럼 젠체하며 쿨하게 튕기지 말고, 서로 서로 꼬리도 치며 살갑게 좀 살기를 바란다. 꼭 꼬리치며 자기를 좋아해주면 무시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제발 그 못된 버릇을 고쳤으면 한다.

어영부영 ‘개새끼’되지 말고, ‘개처럼’ 정직하고 열심히 벌어 정승같이 쓰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의약뉴스 김유석 기자(kys@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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