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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약국한약을 살리는 베스트약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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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약국한약을 살리는 베스트약사를 찾아서
  • 의약뉴스
  • 승인 2004.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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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화와 균형 음양의 이치로 국민건강 찾아야"
특유의 은은한 한약냄새가 났다. 보통약국에서 나는 소독제 과산화수소의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양약 보다는 한약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약을 전문으로 하는 유영준 약사는 "한약 다릴 때 나는 특이한 향기는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약 등 사물탕 때문에 나는 냄새"라고 했다. 곽향 냄새도 맡기에 좋다고 했다.

하루종일 한약과 생활하다 보니 택시를 타거나 다른 사람과 얘기 할 때면 한약을 드셨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한약냄새가 몸에 뱄다. 유 약사는 "자신은 한약냄새가 그저 그런데 사람들은 이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약장 위에는 사슴 뿔, 거북박제가 보였다.

- 거북이 매우 큰데요.

" 아! 이 거북이요. 이 거북은 등에 꽂무늬 그림이 있다고 해서 '꽃거북'이라고 해요.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인 '사이텍스(CITES)'로 인해 취급할 수 없지만 88년도인가 중국에 갔을 때 어렵게 구했어요.

거북은 또 '대모'라고 해요. 한 번은 한 전시회에서 대모라는 글귀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몰라 가르켜 주고 설명도 했더니 좋아하더라고요. 왜 거북은 장수의 상징이잖아요. 여기오시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로 거북을 갖다 놓게 된 것이지요."

-왜 한약을 하실 생각을 했어요.

" 제가 한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됐어요. 원래 병약하기도 했는데 건강을 위해 자연 한약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연히 집안 아저씨가 하는 한의원에 갔다가 한약장의 한자를 모두 읽어냈더니 매우 놀라더라고요. 또 산야에서 나는 모든 식물들이 귀한 한약재인 울릉도가 고향이어서 한약공부는 저와 숙명 이었나봐요. "

- 한약을 오랫동안 하셨는데요. 그동안 뭘 느끼셨나요.

" 많지요. 그중 절대적인 것은 한약이든 양약이든 약은 하나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한약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한의사와 약사는 경쟁하거나 배타적인 관계가 아닌 보완·협력해야 해요.

한의사가 할 수 없는 생약의 성분을 밝혀 내거나 약효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약사의 몫이지요. 이런 사명감 때문에 지금도 약사 한약발전을 위하는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어디든 뛰어 갑니다.

한의사는 눈으로 보는 육감감별이 전문이지요. 하지만 약사는 이화학검사, 표준품 스크리이닝 등을 통해 가려낼 것은 정확히 가려냅니다. 한약은 약사와 한의사가 서로 균형 발전시켜야 하는 학문입니다.

한의사들이 국민건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약사한약을 반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해야 지요."

- 한약은 양약에 비해 어떤 효과가 있나요.

" 흔히 아는 것으로 부작용이 양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해요. 한마디로 좋은 약이라는 뜻이지요. 양약으로 오랫동안 낫지 않는 질병도 한약을 처방하면 금방 좋아지는 예를 수도 없이 봐왔어요.

병원에 가면 콧물 감기환자면 일단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잖아요. 일시적으로 콧물을 멈추게 하지만 진짜로 콧물 감기가 나았다고는 볼 수 없어요. 왜 어렸을 적에 콧물이 나면 손으로 쓱 씻어 냈잖아요. 그때는 콧병이 거의 없었어요. 그것은 나쁜 것은 내보내고 하는 자연 기능에 맡겼기 때문입니다. 한약은 이처럼 내보낼 것은 내보내고 몸에 좋은 것만 남겨 놓게 되지요."

- 약사한약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어떤 일들이 기억납니까.

" 75년부터 한약을 했는데 지금까지 오면서 많은 우여곡절과 힘든 일들이 수 없이 많았어요. 한약분쟁 때는 물론이고 관철동에 약사회관이 있을 때 그러니까 유신시대 였나요. 대구에서 회원 50여명과 함께 올라왔어요.

약국 한약을 더 이상 말살하지 말라고요.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들이 우리가 탄 차를 가로막고 한강이북으로 진출할 수 없다고 해요. 어쩔 수 없이 여의도 국회에 들러 항의했지요. 대구에서 분회장 두 번을 거치는 동안에도 한약 문제로 많은 고심을 했어요. 김명섭 회장 시절인가요. 김 회장이 한약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어요. 약사회 정책에서 자꾸 한약이 빠졌지요. 그래서 회원 1,200명의 서명을 받아 불신임안을 제출했습니다.

그 이후로 약사회가 약사한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약사회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데 그 때 습관 때문이지요. 한약분과 중앙약심위원으로 활동한 일이나 셀 수 없이 많은 세미나 등이 기억납니다. "

- 촛불 시위도 한 번 했었지요.

" 아 ! 그렇지요. 김영삼 정부 시절인데요. 대구에서 이곳 성남으로 왔어요. 약사회가 한의사에 계속 수세에 밀렸어요. 그래서 제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최병호 회장에게 지금은 약사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장외투쟁은 효과가 없으니 무언가 다른 수단을 강구하자. 그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득했고 촛불시위를 제안했죠.

자신을 불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이야말로 약사들의 현재 고난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개조로 4일간 시작했습니다. 저녁 8-9시에 약국에 오는 환자마다 전등불은 꺼져 있고 촛불만 있으니 왜 그러냐고 물어 볼 것 아닌가요.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장을 이야기했고 지자체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정부는 약사들의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고 보고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대약도 우리를 따라 했습니다. 약사고충은 곧 국민고충이니까요."

- 앞으로 약사한약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 한의사는 한약이 최고라고 하죠. 의사는 양약을 쓰죠. 약사는 중간자의 입장에서 한약과 양약의 조화를 이뤄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분명 둘의 장점이 있거든요. 장점만을 골라 국민건강을 위해 한약과 양약을 써야 합니다. 이런 일을 약사 아니고 누구 할 수 있나요.

세상은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발전할 수 있어요. 한의사나 약사나 어느 한 쪽도 교만해서는 안되요. 일본만 해도 양한방 복합처방이 활성화 됐어요. 네것 내것이 아니고 오직 국민건강이 있을 뿐입니다. 한약의 주인은 한의사도 약사도 아니고 바로 국민입니다. 국민건강을 위해 크고 넓게 봐야지요.

한의약육성법이 통과됐고 이제 시행규칙이 남았어요. 매우 중요하지요. 약사회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전국 2만8천개 약국에서 한약을 하는데 대약에 한약담당 부회장도 없으니 안타까워요."

유영준 약사는 역시 약사인 부인 이충숙씨와 약국을 함께 보고 있다. 자신은 한약을 하고 아내는 처방전을 받고 매약을 한다. 그는 "양방의 부족한 것을 부인한테 배운다"고 말했다.

음양의 조화로 세상의 이치를 밝히듯 약도 한약 양약이 있어 이 둘이 조화롭게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약사는 약국한약에 대해서 할 말이 아주 많았다. 아마 하루 밤새 이야기하고도 모자랄 것 같았다. 그만큼 애착이 크고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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