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을 위해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혁신의 성과가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적정한 가치 보상은 물론, 신약 개발의 각 주체들이 중첩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국제약협회(회장 노연홍)은 21일,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를 주제로 제1차 제약바이오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협회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제약바이오 비전 2030으로 수립,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글로벌 성과 증대 ▲제조역량 강화 등을 비전 실현을 위한 3대 목표로 제시했다.
혁신포럼은 3대 목표 달성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이 가운데 21일에는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을 주제로 국내외 현황을 조명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를 모색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회 이관순 위원장은 ‘신약개발의 혁신적 도전: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를 주제로 신약개발의 각 주체간 유기적인 협업을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이관순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신약개발의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이,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 한참 앞서가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지적으로, 다만,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잘 활용하면 신약개발 선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신약개발 선도국 진입을 위해 협회 미래비전위원회에서는 2030년까지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상 연구개발비 규모는 연간 약 7조원으로, 글로벌 빅파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빅파마들이 연간 평균 1, 2가지의 신약을 출시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효율성을 높일 경우 국내에서도 연간 1, 2가지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이어 주제 발표를 진행한 이 위원장은 신약개발에 있어 우리나라의 현주소로 자본력과 임상경험의 절대적인 열세를 지적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중 R&D 1위 업체의 연간 연구개발비 규모가 4000억 수준으로, 글로벌 빅파마의 17조원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으며, AI 신약개발에 있어서도 기술과, 자금력, 협력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서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고, 글로벌 라이센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허가돼 블록버스터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신약 CMDO가 활성화 돼 다양한 모달리티의 신약개발 인프라도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과 LG, SK, 롯데, 현대, CJ, GS, 카카오, 오리온 등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어 제약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분야 자본시장 활성화, ▲선별적 벤처 창업 및 육성 활성화, ▲신약의 혁신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제네릭 위주에서 신약개발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체질 개선, ▲신약개발 인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해소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는 △신약개발 아젠다 상설운영 및 실행기구 마련,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에 대한 집중 투자, △신약의 혁신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인정 매커니즘 구축, △장기적 신약개발 인재양성 및 확보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또한 민간에는 △제네릭 위주에서 탈피, 신약개발 투자 대폭 확대, △바이오텍 파이프라인화보,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 강화, △특정 질환분야에 대한 전문기업 지향, △과감한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학교와 연구소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이 바이오텍과 제약사에 이어 글로벌로 진출하기까지 각 단계의 주체들이 각자의 가치를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이른바 ‘바이오-제약 이어달리기’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가동할 것을 제언했다.
이 위원장은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이제 제네릭에 안주하고 있을 시기는 지났다”면서 “이제 신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종근당 김영주 대표는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을 위해서는 연국발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신약에 대한 가산제도를 폭 넓게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먼저 “신약개발은 중요하지만 시간이 없다”면서 “신약개발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국가 차원에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례로 “일본 제약사들이 다국적 회사로 나아가고 있는 동기도, 정부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로 세제 지원과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리소스가 중첩되지 않고 포커싱이 가능했으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협업도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업체가 모든 것을 다 할수는 없으며,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이익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를 15%까지 올리는 것은 어렵다”며 “정부에서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이중가격제를 보다 확대하고, 일본의 약가인하적립제와 함께 연구개발 비용 가산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김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여력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 규모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약에 대한 가산제도를 폭 넓게 마련해 또 다른 연구 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크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신약개발은 높은 비용과 실패 위험을 동반하지만, 연구개발비용 가산은 성공했을 때의 보상 체계가 명확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연구개발 비용을 실질적으로 보전하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용이 포함된 약가 보상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유한양행의 이정미 부사장 역시 “R&D 선순환 창출을 통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혁신 신약을 통한 수익창출 기회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오창현 과장은 “투자, 인프라 구축, 규제 개선 등 전방위적 육성 정책을 추진해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며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지난 80년 동안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면서 “이제 우리는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제약바이오헬스 시대를 선도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과 변화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면서 “이에 협회는 최근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2030 비전으로 제시했으며, 오늘 포럼은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