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최대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 지속적으로 유지하라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임상 근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3년 이상의 장기 데이터를 통해 조기 치료 및 지속적인 치료의 이점을 확인한 가운데, 실사용 근거(Real-World Evidence, RWE)도 레켐비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국제 알츠하이머 임상연구 학술대회(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 CTAD 2024)에서는 레켐비의 공개확장연구(Open-Label Extension study, OLE)와 함께 다수의 RWE 데이터가 연이어 공개됐다.
이 가운데 공개확장연구는 레켐비 허가의 근거가 된 핵심 임상인 Clarity AD 3상 임상 중 일부다.
Clarity AD는 초기 18개월간 레켐비를 위약과 비교한 무작위 대조 임상 Clarity AD CORE와 이후 레켐비 단일군으로 통합, 레이블 공개 형식으로 레켐비의 장기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Clarity AD OLE 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지난 7월,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AAIC 20324)에서도 Clarity AD OLE 연구의 일부 데이터가 공개된 바 있다.
레켐비로 3년간 치료한 결과,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Sum of Boxes, CDR-SB) 점수가 위약군보다 0.95점 감소, 초기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 지연 효과를 재확인했다.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ADAS-Cog14(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측정하는 ADCS MCI-ADL(Alzheimer Disease Cooperative Study-Activities of Daily Living Questionnaire)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됐다.

CTAD 2024에서는 보다 세부적인 데이터들이 공개됐는데, 특히 레켐비 치료를 늦게 시작한 환자들은 36개월 시점까지도 조기에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들의 임상적 평가척도들을 따라잡지 못해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들은 위약군에 비해 36개월 시점까지 알츠하이머병 질병 단계가 진행될 위험이 30%더 낮았다.(HR=0.704, 95% CI 0.59-0.84)
뿐만 아니라 레켐비는 축적된 타우(Tau)가 적거나 없는 환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가 적은 환자에서도 일관된 이득을 보였다.
축적된 타우가 적거나 없었던 환자에서는 36개월 시점까지 59%의 환자가 CDR-SB이 악화되지 않았으며, 51%는 개선됐다.
ADAS-Cog14는 63%가 악화되지 않고 61%가 개선됐으며, ADCS MCI-ADL는 63%가 악화되지 않고 59%가 개선됐다.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가 적었던 환자에서도 46%의 환자가 36개월 시점까지 CDR-SB이 악화되지 않았으며, 33%는 개선됐다.
ADAS-Cog14는 46%가 악화되지 않고 43%가 개선됐으며, ADCS MCI-ADL는 51%가 악화되지 않고 48%가 개선됐다. 그만큼 조기 치료의 이점이 명확했다는 설명이다.
안전성에 있어서는 공개확장연구기간에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새로운 양상의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은 무작위대조 임상(CORE) 기간에 비해 공개확장연구 기간에 크게 줄어들었으며, 장기 치료에서 질병 진행을 가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뿐만 아니라 레켐비의 임상 2상과 3상 공개확장연구의 통합 분석에서는 지속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켐비 치료를 중단할 경우에도 치료 효과는 유지되지만, 바이오마커 축적이 재개돼 위약과의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 것.
레켐비에 대한 환자들의 복약순응도와 치료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상과 공개확장연구 통합 분석에서 총 136명의 환자 중 66명의 환자가 임상시험 종료 후에도 레켐비를 통해 치료를 받길 원했으며, 13명은 5년 이상, 40명은 3년 이상 치료를 지속했다.
특히 3년 이상 레켐비 치료를 지속한 환자(24명) 중 절반 이상(15명)이 초기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장기 치료가 질병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레켐비 사용례를 분석한 RWE 데이터들이 연이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청구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레켐비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허가사항에 따라 처방받은 환자에서는 순응도와 함께 내약성도 우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주로 치료 초기에 ARIA 사례가 종종 보고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무증상이었고, 3개월 이내에 해소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는 “초기 단계의 환자에서 이러한 장기 효과가 나타난 점을 미루어 볼 때, 레켐비를 통해 보다 초기 단계에서 사용할 경우 알츠하이머병 지연 효과를 더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먼저 출시가 완료된 일부 해외에서는 초기에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초기 단계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레켐비는 삶의 질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가치도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2상과 공개확장연구의 통합분석에서 5년 이상 치료받은 환자와 보호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환자 모두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환자와 보호자의 45%~73%가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기억력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도 레켐비의 3상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모델리을 활용해 장기 효과를 측정한 연구에서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들의 질 보정 수명(Quality-Adjusted Life-Year; QALY)이 증가하고, 간병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지난달에는 질 보정 수명과 약제비 지불의지, 표준 치료 대비 절감 비용, 치료 시간 등을 근거로 레켐비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 약제비를 크게 상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건하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레켐비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돌봄 부담 완화, 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높은 사회적 가치를 지닌 약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출시된 미국과 일본에서는 레켐비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빠르게 마련해 투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레켐비는 단순히 국내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라는 측면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약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