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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이어진 집단휴진 소송, 정당성 인정받은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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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이어진 집단휴진 소송, 정당성 인정받은 배경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1.0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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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집단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다"...노환규 전 회장 소송도 같은 논리
▲ 지난 2014년 3월 10일 의협이 주도한 집단휴진과 관련, 공정위가 의협에 부과한 과징금 소송과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 등을 상대로 고발한 형사소송이 모두 마무리됐다. 
▲ 지난 2014년 3월 10일 의협이 주도한 집단휴진과 관련, 공정위가 의협에 부과한 과징금 소송과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 등을 상대로 고발한 형사소송이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2014년 3월 10일 의협이 주도한 집단휴진과 관련, 공정위가 의협에 부과한 과징금 소송과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 등을 상대로 고발한 형사소송이 모두 마무리됐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및 고발이 모두 잘못됐다는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상고를 기각,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지 5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원심에선 의협의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4년 3월 10일 의협이 원격의료에 반대하기 위해 집단 휴진을 실시하자 공정위가 이에 대해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의협에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정위는 “개별 의사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진료여부 결정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행위를 시정해야 한다”며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사업자단체 금지행위) 혐의를 적용,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납부하라고 결정함과 동시에,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면서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당시 의협 기획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의협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 부당하다면서 서울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7년간 이어질 지리한 법정공방의 시작을 알렸다.

공정위는 집단 휴진 당일인 2014년 3월 10일 진료수가 줄어든 것 자체로 국민의 건강권에 피해를 줬으며,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반대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협은 사전에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는 점과 집단 휴진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점, 집단 휴진을 하루만 실시했다는 점, 집단 휴진으로 인해 가격인상 등의 시장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참여율이 20%에 불과했고 응급실은 정상 운영되고 휴진 병의원에서는 인근 병의원을 안내하는 등을 통해 국민 건강을 저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러한 공방 끝에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협과 의사회원들이 휴업을 결의하고 실행한 이유는 정부의 원격진료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ㆍ기타 거래조건 동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의사나 목적이 없었다”며 “실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상 가격 인하를 유발하는 의료기관간 경쟁이 불가능한만큼,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없다”며 “휴업으로 의료기관이 줄었다 하더라도 휴업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비용으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종전보다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의협이 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것은 구성사업자들이 다수 의사에 따라 휴업실시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투표가 공동 인식 형성을 위한 기법으로서 집단휴업에 반대하는 의사들로 하여금 의사에 반해 휴업을 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이 됐다. 휴업결의ㆍ통지ㆍ권고 등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정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후, 공정위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까지 진행되게 됐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2심 판결과 같았다. 

대법원은 집단휴진이 ‘경쟁제한성’을 갖는지에 대해 공동행위로 인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해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폈고, 의협의 휴업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휴업은 의료수가의 인상 등 구성사업자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직접적으로 추구하거나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을 제한해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휴업은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향유하는 의협이 의사회원을 대표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휴업은 단 하루 동안만 진행됐고, 실제 휴업 참여율이 그다지 높지 않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기관은 휴업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휴업 당일 의료서비스의 공급량이 전체적으로 일부 감소했더라도 휴업으로 의료소비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의 대체가능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며 “달리 의료서비스의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에 영향을 미쳐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의협의 휴업이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어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의협의 휴업이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쟁점인 부당한 제한행위에 대해 고등법원 재판부는 “의협의 구성사업자들인 의사들이 휴업에 참여할 지 여부에 관해서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고 의협이 구성사업자들에게 직ㆍ간접적으로 휴업참여를 강요하거나, 그 휴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사전에 고지한 바 없다”며 “사후에도 휴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가했다고 보이지 않고 휴업 찬성률보다 더 낮은 휴업 참여율을 기록한 점 등을 종합하면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판단을 종합하면, 의협이 구성사업자들의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이라며 “이 사건 휴업의 실행에 있어 사업자단체인 의협이 구성사업자들인 의사들의 휴업 여부 판단에 간섭했다고 볼 수 없는 등 부당한 제한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노환규 전 회장,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 등에 대한 형소소송 판결 배경은?

의협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 공정위는 집단휴진을 주도했다면서 의협과 함께, 당시 의협 회장이었던 노환규 전 회장, 기획이사였던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 전 회장 등의 형사소송은 의협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됐지만, 해당 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 2016년 1월 결심을 선언한 당시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잡으려고 했으나, 의협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부당하다고 항소심을 제기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의협과 공정위의 사건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하에 선고기일은 의협과 공정위 사건이 선고가 내려진 뒤에 잡기로 결정했다.

이는 2심 역시 마찬가지로, 의협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소송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임을 감안해 해당 소송의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며 기일을 추정했기 때문이다.

의협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소송의 추이를 지켜보며 진행되던 형사소송의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은 지난 2019년 3월의 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당시 의협 기획이사), 의협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집단휴진의 위법성이 성립하려면 경쟁제한성과 부당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경쟁제한성은 집단휴진으로 가격, 수량, 품질, 거래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고 부당성은 공동 행위가 전반에 미치는 효율성 등 구체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경쟁제한성, 부당성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격진료, 영리병원 정책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해 의료서비스 공급량이 줄었다고 해서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고 의료서비스 품질이 나빠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 불편을 겼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거래 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일 뿐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부당성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국가 정책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기본권 행사가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외관을 취하더라도 행사가 정당하다면 부당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휴업은 국가 정책 결정에 반대하면서 초래됐다”며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는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전문가와 관련자의 활발한 토론이 필수다. 집단 휴진은 의료전문가가 국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의협이 추진한 집단휴진이 구성원의 사업내용,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협이 휴업을 결의했고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통지했다. 휴진에 참여하라고 직접적으로 다른 방법을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고지하지는 않았다”며 “휴진 참여율도 개원의 25%에 불과했다. 휴업 찬성률 보다도 낮은 결과다. 구체적 실행은 의사의 자유적인 판단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후,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됐고, 의협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소송의 결과를 지켜보던 중, 대법원이 공정위의 과정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자 형사소송 역시 급물살을 탔고, 지난달 26일 피고인들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2심 재판부는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됨에도 무죄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항소했다”며 “원심 판결의 무죄 이유와 원심 당심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증거를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검사의 주장같은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이유는 없다”며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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