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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와 춤을- 게으름을 찬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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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와 춤을- 게으름을 찬양할지어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9.20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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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밤에 베짱이와 춤을 추는 일이 가능할까. 장미향에 취한 녀석이 꼼짝않고 있다. 게으른 녀석, 그러나 이 순간 부지런한 개미가 부럽지 않았다.
▲ 야밤에 베짱이와 춤을 추는 일이 가능할까. 장미향에 취한 녀석이 꼼짝않고 있다. 게으른 녀석, 그러나 이 순간 부지런한 개미가 부럽지 않았다.

태풍이 물러간 자리에 고요한 달빛이 내려 앉았습니다.

사방은 넉넉하고 장미는 마지막 열기를 뿜고 있는데요.

오뉴월만은 못해도 초가을 향기도 제법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옮겼더랬죠.

코를 들이밀려다 아차 싶어서 몸을 뒤로 빼고 말았습니다.

베짱이란 녀석 가늘고 긴 실모양의 더듬이로 위협하더군요.

그래봤자 침도 없는 녀석이라고 깔보았는데요.

생각해 보니 녀석은 그런 대접, 받아서는 아니 됩니다.

게으름을 찬양하라고 외치는 나름대로의 철학자이니까요.

이 순간 향도 포기하고 부지런한 개미도 무시했습니다.

녀석이 최고라니까요, 그리하여 함께 춤을 추고 싶었더랬죠.

마침 달은 더 크고 가까이 다가와 한가위를 빛내고 있고요.

손 내미는 시늉을 하자 녀석은 긴 날개 펼쳐 보입디다.

행여 떠날세라 서둘러 뒷걸음질 쳤지요.

더도말고 덜도 말고 오늘 같은 날만 있었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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