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7조원에 이르는 인천시 재정 적자를 파헤쳤을 때 시민들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어떤 현명한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1년 전 8월 27일, 송영길 인천시장이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신축하지 않고 기존 문학경기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당선자의 신분으로 쿠웨이트를 방문했을 때 시민들은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쿠웨이트 국회의사당 귀빈실에서 만난 ‘셰이크 아마드 알 파하드 알 사바’ OCA 회장은 송 시장에게 “기존의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 5만석인 관중석을 최소 5천석 이상 늘리고 VIP 라운지 개선과 첨단기술을 접목한 경기장 운영시스템을 확보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송 시장은 “아시안게임 이후, 경기장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시 재정으로 계속 운영비를 부담하기 힘들다”며 주경기장 신축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서구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서구가 소외되어 왔다며 인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계획대로 연희동에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송 시장은 결국 뜻을 굽혔고 기대가 큰 만큼 상심한 민심은 “송 시장도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이라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인천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송 시장에게 기대를 걸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송 시장은 지난 8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 공공기관의 장점과 전문성을 접목해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4개의 공기업을 2개로 통폐합해 시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백서를 발표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와 인천관광공사를 도시공사(가칭)로 통합해 인천을 개발중심도시에서 ‘문화창조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인천교통공사와 인천메트로를 교통공사(가칭)로 통합해 지하철과 버스 등의 교통 운영·정보 시스템의 일원화로 개별 교통서비스를 ‘통합 서비스’로 바꿔 시민 편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사·공단의 설립 목적에 저해되거나 민간위탁이 가능한 사업은 정리하고 유사·중복되는 인력은 점차 조정한다고 한다.
인천시 산하 공기업들의 총 부채는 내년에 7조4천232억 원, 2013년에는 7조4천58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도시공사는 부채비율이 290.2%에서 274.1%로 줄어들고, 교통공사는 부채비율이 212.6%에서 19.9%로 낮아져 4년간 2천 310억 원의 시 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IMF 시절, 수많은 은행과 기업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듯이 인천시도 더 이상 공사·공단들의 무리한 사업 진행과 방만한 경영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각오이기에 기대가 크다.
인천시의 공기업 수는 서울과 부산이 5개, 대구·광주·대전은 4개, 울산은 2개인데 비해 6개나 되어 방만 경영의 요인이 된 것도 사실이어서 통폐합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공금은 눈 먼 돈이고, 공직자는 싫은 소리 듣지 않고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한 공직사회에서 송 시장의 공기업 통폐합 시도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당사자들은 지시에 따랐을 뿐인데 왜 모든 부채를 공사 직원들에게만 책임지우냐고 반발할 수 있다.
인천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개 공사·공단과 9개 출자·출연기관, 공기업이 출자한 17개 SPC(특수목적법인)의 사장 연봉은 최소 7천만 원에서 최대 1억7천만 원으로 평균 1억 원을 넘고 있다.
말썽 난 월미 은하레일을 관할하는 인천교통공사의 사장 연봉은 9천800만원이고, 매년 시로부터 350여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인천메트로 사장과 부채가 5조7천억 원에 달하는 인천도개공사장도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 시장이 인천시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목민관으로 인천시민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려면 공사 직원의 구조조정 이전에 선출직 및 30여명의 임명직 공직자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토록 해야 한다.
내 가정의 살림살이를 돌보듯 인천시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는 송 시장의 의지가 성사되어 인천시민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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