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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도리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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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도리를 생각해 본다
  • 의약뉴스
  • 승인 201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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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기고했던 칼럼에서 나는 인천시장 후보의 난립을 보며 “만일 인천시가 개인 기업이라면 그 어떤 프리미엄을 얹어줘도 인수할 CEO(시장)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책임감 있는 후보라면 인천시의 부채가 7억 원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이며 청산하느냐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IMF 시절,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며 환난을 극복한 바 있다.

인천시도 재정 부채를 해결하기위해 시나 구의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 세비의 절반이라도 반납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지만 오히려 세비를 인상하려는 철부지 의원들도 있었다.

얼마 전, 인천시의회가 시민들로부터 경멸의 눈총을 받는 작태가 또 벌어졌다.

온 나라가 100년만의 강수량과 산사태로 통곡하고 있는 비상시국에 인천시의회 9명의 시의원들과 4명의 사무처 직원은 지난 2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타이완의 가오슝시의회 초청을 받고 방문길에 올랐다.

방문 목적은 친선우호교류 및 아시안게임 홍보와 항만 시찰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일정 중, 가오슝의회를 방문하고 주경기장 견학과 환영만찬을 즐기는 것 외에는 거의가 관광이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시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직책인데 요즘은 시민이 하고픈 말을 인천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하대학생 참변과 국가적 슬픔 상태에 있는 시점에서 타이완 시의회 초청을 빌미삼아 외국에 나가는 것은 시의원으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부와 인천시가 수재로 인한 인명 피해 때문에 비상정국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외국에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방문단의 책임자인 모 의원은 “타이완으로 출국하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 이번 방문을 연기하려 했지만 국제적 의전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단다.

가오슝 주경기장을 한 번 들러보고 관광으로 나머지 일정을 채운 것이 인천아시안게임 홍보이고 국제적인 의전이란 말인가.

속사정이 이러니 의원들로선 해외 시찰 방문 후 보고서 하나 작성할 줄 모른다는 질책을 당하는 편이 관광 기행문을 제출하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차라리 이번 해외 시찰이 국제경기를 유치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는 국가를 방문해 처참한 민심을 암행해 보던가, 거액을 들여 건설한 주경기장을 행사 후 흑자 운영하고 있는 도시를 견학했더라면 시민단체들이 오히려 시민들의 비난을 감싸주었을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13명에게 지출된 예산은 왕복 항공료뿐이고 나머지는 타이완 가오슝의회에서 지급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되갚아야 할 빚이다.

올 들어 산업위, 문화복지위, 교육위 소속 시의원들이 외유성 연수를 다녀오는데 8천700여만 원을 소비했다고 한다.

재정파산 직전의 인천시로선 이런 외유성 시찰단에게 시민의 혈세를 낭비할 만큼 여유가 넉넉한 실정이 아니다.

게다가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의장직을 탈환한 인천시의회 의장은 제주도에서 휴가 중이라며 10명의 인하대학교 학생들의 영결식장에 얼굴조차 보이지 않아 또 한 번 자격 논쟁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꽃다운 청춘의 인하대생들은 강원도 춘천 소재 초등학교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한 밤중 산사태를 당해 영원히 잠들어야 했다.

제대를 한 달 앞 둔 군인은 물살에 휩쓸려갈 위험에 처한 생면부지의 시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대신 내주었다.

이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당선된 후 거액의 세비를 챙기며 공짜 해외여행의 특권을 누리는 의원의 신분이 아니지만 타인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바쳤다.

만에 하나 희생자들이 내 가족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외교상 결례’를 내세우며 관광성 외유를 떠나고 제주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을까.

인천시의 부채가 머지않아 10억 원을 초과하고 공무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못할 파산 지경이 올지라도 내 몫의 예산과 여름휴가는 다 챙기겠다는 이기주의는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

제66회 광복절을 맞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선열들의 희생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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