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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19:40 (수)
장학금 모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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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모금 유감
  • 의약뉴스
  • 승인 2011.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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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귀하신 장학금 혜택을 받아보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선 ‘장학금 면제자’라는 자조어린 푸념이 유행이었다.

세월이 흘러 내 자식들이라도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았으면 했지만 저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급우들이 받아야 한다며 아예 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장학금 수혜자가 되기는커녕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날라 온 대학 발전 및 장학기금 협조 안내서를 받고 전전긍긍한다.

이런 고민을 내비치는 부모에게 자녀들은 “엄청난 대입 전형료와 주차요금 수입으로 우리 학교가 얼마나 부자인데 기부금을 내느냐?”고 면박을 준다.

하지만 자식을 맡긴 부모의 입장에선 나 몰라라 할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자녀들의 불평을 한낱 투정으로 여겼던 학부모들은 반값 등록금이 사회문제화 되고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메뉴가 되면서 언론이 밝힌 비자금(?) 내역을 본 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살림에 사용하고 남은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환원하든가 등록금을 인하하는데 사용해야 하건만 세칭 일류대학이라는 재단조차도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수천억 원을 적립하고 있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단 이사장의 가정 도우미 인건비를 지급하고 주식과 부동산에 투기한 재단의 정체는 무엇인가?

등록금 인하를 종용하는 정부에 대해 재단은 “인하하는 몫에 대해 정부에서 보충해 줘야 한다”며 낯빛 하나 변치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시위 보도가 매스컴을 장식할 때마다 “학교 살림은 적지 않은(?) 지원금을 내고 있을 재단에 맡기고 학생은 공부나 열심히 할 일이지 데모는 웬 데모냐?”며 혀를 찼었던 학부모들은 순진한 자신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40여 년 전, 재단이 없이 몇몇 이사들이 운영하던 모 공대에 재학 중의 일이다.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학습 시설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에게 대학 측은 등록금만으로 학교 살림을 꾸려가기 때문에 힘들다며 거절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자본금(등록금)을 투자하는 실제 소유주인 학생 대표를 이사회의에 참석시켜 학교 살림을 공개하고 경영을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지금 생각해도 통쾌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 집회까지 벌인 학생들의 심정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얼마 전,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00대학 재학생이라며 선배님과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승낙을 하자 그는 대화가 아닌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가정이 어려운 후배들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으니 기부금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전화로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문자로 다시 보낼까요?”하고 되받았다.

온 국민의 경제가 어려운 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라면 공식적인 서한을 통해 정중하게 취지를 밝혀야지 전화 낭독은 무엇이고 문자 메시지는 어느 나라 예절이냐고 나무라며 신분을 밝히라고 했다.

대학 총괄본부 직원이라는 그에게 동문의 협조를 받으려면 동문회장과 의논해 공동 명의로 공문을 발송하라고 조언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불쾌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러나 공문은 도착하지 않고 며칠 전, 이번엔 젊은 여성이 똑같은 내용의 전화를 걸어와 전화를 끊고 말았다.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한다는 학교 측의 언행이 마치 앵벌이 수법 같아 지금까지 기부금을 내 온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낄 지경이었다.

지난 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유용 보도를 떠올리며 과연 대학도 이런 식으로 모금한 장학금 전액을 학생들에게 사용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장학금 마련 기부는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은 졸업생이 앞장서야 하는데 졸업 20주년, 30주년 동창회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선행의 주체는 장학금 면제자들이다.

장학금은 공짜가 아니라 언젠가는 돌려줘야 할 대출금이란 인식부터 갖춘 후 신청했다면 이처럼 사회 환원에 인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울 좋은 재단도 문제다. 장학금을 왜 대학 총괄본부 직원들이 생면부지의 졸업생들에게 전화를 하도록 만드는가?

교육은 투자이지 사업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능력이 없는 재단이라면 일찌감치 학교에서 손을 털고 나오도록 정부는 지도 감독을 엄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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