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감소, 핵가족화와 신세대들의 인스턴트식품 선호, 북측의 핵실험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으로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어 쌀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밥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차마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는 농민의 모습이 클로즈업된 1963년도 흑백영화 ‘쌀’이 상영되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농협 인천지부는 강화쌀 10만 포대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많은 단체들은 축하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며 국산쌀 장려와 애향 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민 정서를 비웃기나 하듯 수입쌀 판매에 나선 기관이 있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aT)가 바로 문제의 기관이다.
양재동을 지날 때마다 각종 회의와 연회 시설을 갖춘 웅장한 규모의 고층 빌딩인 aT센터가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다름 아닌 농수산물유통공사였다.
1967년에 설립된 ‘농어촌개발공사’는 1986년 12월 30일‘농수산물유통공사’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농수산물의 생산. 유통. 수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해 주고, 교육과 정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수출품목 개발을 도와주는 기관이며 국민 마켓팅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농수산물의 가격 안정과 유통 개선을 통해 수급 안정, 농어업인의 소득 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어서 더욱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내용인즉 농수산물 유통공사는 지난 2월 초, ‘2009년 밥쌀용 수입쌀 판매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전국 11개 지사에 홍보 및 판매 실적을 보고토록 지시했고, 각 지사는 전국의 소규모 음식점과 김밥집을 대상으로 이를 시행했다고 한다.
일부 지사는 수입쌀 판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원산지 표시 단속을 완화해 달라는 음식점의 건의까지 본사에 전달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30일, 김우남 민주당 의원이 자료를 공개하므로 써 밝혀졌다.
밥쌀용 수입쌀은 주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태국에서 들여오며 올해 도입 물량만 해도 7만9천 810톤에 이른다.
올해 시중에 풀리는 양은 지난해 수입한 6만3천 55톤으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내쌀 시장격리 물량 10만 톤의 63.55%를 차지하고 있어 이대로 증가한다면 국내 쌀 생산 농가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수입쌀의 주요 소비처는 식당과 단체급식용 68.5%, 가정용과 가공용 15%, 김밥집용으로 16.5%가 소모되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판촉 대상으로 삼은 업소들은 거의가 원산지표시 의무가 없는 100㎡(30평) 면적 미만의 소규모 식당이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들로부터 수입쌀을 낙찰 받아 시중에 유통시키는 공매업자들의 영업 촉진 활동을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대행해 준 꼴이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2008년산 쌀 재고량 급증으로 산지 쌀값이 급락한데다가 올 수확기 판로 확보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aT가 밥쌀용 수입쌀 판촉을 위해 기본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활동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한국쌀전업농 중앙연합회도 이와 같은 내용의 성명을 통해 aT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농수산물 유통공사(aT)는 ‘100㎡ 면적 이상의 음식점은 수입쌀 구매의사가 거의 없어 구매 의사가 다소 있는 100㎡ 미만의 음식점을 상대로 수입쌀 구매의향 조사를 실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수입쌀 판매 활성화를 위해 ‘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에 원산지 단속 완화를 건의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섣부른 정책으로 파문이 커지고 여론이 들끓자 aT는 뒤늦게나마 ‘밥쌀용 수입쌀 판매 활성화 기본 계획’을 중단했다고 한다.
모 작가가 문학 강연 중 ‘농민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농협이 왜 서울 한 복판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역할론을 강조했듯이 농수산물 유통공사(公社)도 자신의 신분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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