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약대 6년제는 특정 대학에 입학한 후 예과 2년을 거쳐 본과 4년까지 학업이 보장되는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과 수의과대학제와 달리 ‘2+4’년제의 교육제도이다.
즉, 방송통신대를 포함해 전국의 이과 대학에서 2년간 약대 교육 선수 과목을 이수한 대학생들은 2011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r)을 치러야 한다.
이 점수를 가지고 지망하는 약학대학 3학년으로 입학해 6학년까지 4년 동안 다녀야 하는 교육제도이다. 마치 지금의 대학 편입시험 같기도 하고 성적에 따라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고교생의 수능시험 같기도 하다.
문제는 2009년 2월 18일부터 약대 6년제가 시행됨에 따라 금년에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 2학년을 수료하는 2010년까지 약학대학에서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2년 동안 총 2,700여 명의 약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부는 2년의 공백으로 약사가 부족해 일어날 사회적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 학사편입 등의 대책을 세우기보다 약학대학 정원을 390명 증원해 점차적으로 보충시키겠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그나마도 대한약사회가 약대 증원을 반대한 결과다.
결국 대구, 인천, 경남, 전남, 충남에 50명 정원의 약학대학을 신설토록 하고 140명은 기존 약학대학에 배정하겠다는 선심 정책을 밝혔다.
하지만 경영을 앞세우는 대학 측은 800명 이상의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약대교수협의회는 약대를 신설하면 대학마다 전임교원 2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므로 매년 십 수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신설보다 기존 약대에 정원을 80명 수준으로 증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갑작스런 교수 증원으로 인한 자질 저하와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시설을 갖출 능력도 없으면서 의욕만 앞세운 대학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약사회와 일부 교수들은 약국 개설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근무할 약사의 수급을 위해 약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기존 약사들은 병원, 제약회사, 관공서에 근무하는 약사의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면허증을 장롱에 묵혀두고 있는 것이지 약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 약사회장 모임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근무약사 수급이 힘들므로 수도권보다 지방에 약학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오히려 지방의 약사회장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사 면허증은 어느 대학을 졸업했든 상관없이 동등한 국가 면허증이기 때문에 지방에 소재한 약학대학 재학생의 거의 대부분은 수도권 지역의 학생이며, 졸업 후 자기 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유에서다.
입학 정원의 일정 부분을 그 지방 출신 학생에게 안배하는 특혜가 없는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약학대학을 유치하고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필자가 ‘지방의 약학대학에 진학하는 인천출신 인재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인천에 약학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엄청난 투자를 한 데 비해 인천지역 고교에서 과연 몇 명이나 합격시킬 수 있겠느냐?’며 회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게다가 6년제가 시행되면 출신 고교가 아니라 전국에서 어느 대학이 몇 명의 우수한 인재를 약학대학으로 빼앗겼느냐가 관심사가 된다.
약대 신설을 놓고 인천에서는 가천의대, 인하대, 인천대가 지역대학을 자처하며 기득권을 주장하는 반면에 연세대는 2011년 3월, 송도캠퍼스에 ‘언더우드 국제대학’을 이전하겠다는 경쟁력을 앞세워 약학대학 설립 의지를 밝혔다.
모(某) 인천시의원은 인천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며 지역대학에 약대가 신설되도록 9월 임시회의에서 결의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약사 출신의 한 정치인은 약사 정책이 어려운 국면을 맞을 때마다 ‘정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Y대나 K대에 약학대학이 설립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시약사회 회원들은 인천시의사회가 인천대학 내에 의대 신설을 반대했듯이 약국 포화상태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들어 약대 신설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자유지만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 대학의 신설과 증원을 골프장 인•허가 이권사업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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