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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19:40 (수)
농업용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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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 쓰레기
  • 의약뉴스
  • 승인 2009.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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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대학 학창시절, 학보 신문기자로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부패(腐敗)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사랑’이라든가 ‘꽃’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생뚱맞은 답변을 하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시체나 음식물 찌꺼기가 썩지 않고 쌓인다면 온 세상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내 설명을 듣고 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사용하지 못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이 처리장으로 이동되지 않고 우리 주변에 나뒹구는 것이 바로 쓰레기이다.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데 그 비용이 아까워 아무데나 몰래 투기하는 비양심적인 주민들도 있다.

동사무소는 골목 안 공터나 남의 집 대문 앞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증거를 잡기 위해 CC-TV를 설치하지만 성능이 나쁘거나 모자를 눌러쓰고 나타날 땐 별 효과가 없다.

설사 적발을 하더라도 10~2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되기 때문에 별로 부담을 갖지 않는다. 우리도 씹던 껌과 담배꽁초는 물론 침도 거리에 함부로 뱉지 못하는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제제를 강구하고 신고자의 보상금도 현재의 과태료의 절반에서 더 인상해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원)를 양성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운전 중 창밖으로 피우던 담배를 내던지거나 무단 쓰레기 투기가 사라질 것이다.

오래 전, 서창동 선산에 못 쓰는 가구를 비롯해 각종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들이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심증은 가면서도 확증이 없어 속만 태우던 중 혹시나 싶어 쓰레기 포대를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 각종 쓰레기 속에서 모 교회 장로의 공과금 영수증이 나와 서창동사무소에 신고를 했다. 동사무소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온 교회 측은 ‘업자에게 공사비를 모두 지급했는데 이런 일을 저질렀다’며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요즘엔 도림동 00아파트 담과 붙은 휴경 농지를 개간하느라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아파트 부지수용 대상에서 제외된 64평의 농지인데 길이만 담장을 따라 100미터에 이르고 일부는 구거(개천)로 이용되고 있어 경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농지의 입지 조건이 어떻든 농지원부가 없으면 66%의 양도소득세를 감수해야하는 법조항 때문에 경지 작업에 들어갔다. 경작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 농업이기에 측량을 한 후 가족이 손수 고춧대를 박고 철망을 감아 며칠에 걸쳐 울타리를 완공했다.

이제부터는 고랑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옆 밭의 여러 소작인들이 버린 고추나무, 옥수숫대와 잡초 더미는 거름이 되어 별 문제가 없지만 농지 매립 시 흙더미에서 나온 돌멩이, 퇴비 포대, 잡초를 없애려 밭에 갈았던 검은색 폐비닐, 고춧대를 묶었던 비닐 끈, 각종 채소 묘목 판은 내가 나서 치우지 않으면 평생 원상태로 방치되어 자연환경을 해칠 것이다.

순간, 남촌동 내 밭에 마늘을 심어 놓고 주인행세를 하던 경우 없는 주민이 떠오른다. 마늘을 뽑으며 밭에 깔았던 검은색 비닐을 치우려하지 않아 ‘구청에 연락해 재활용업체로 보내라’고 간곡하게 당부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둘둘 말은 비닐 뭉치를 담장 밖 개천으로 대수롭지 않게 획 내던졌었다.

도림동 밭엔 농업용 쓰레기 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이 버린 부서진 밥상, 폐가구, 폐화분, 페트병,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검은 비닐봉지 등,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고 악취가 진동한다.

부부가 넝마주이(?)가 되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아파트 경비 한 분이 다가와 미안하단다.

아파트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텐 데 부녀회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방치하고만 있냐고 묻자 임대아파트여서 주인 의식이 희박하다고 한다.

게다가 쓰레기 투기를 나무라면 ‘경비 주제에 ~’라며 오히려 반발을 한다며 분개한다.

경작을 하다가 주인이 요구하면 떠날 땅이기에 주변이 쓰레기장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일부 소작농의 사고방식으로 농부들이 농사꾼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내 집이 아닌 임대주택이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일부 주민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기 때문에 서울 모 지역에서는 주변에 임대아파트 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담장은 물론 출입문조차 공용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남동구청 농경제과에 무단 투기한 퇴비 포대와 폐비닐 처리 방법을 질의하니 친절하게 청소과로 연결을 해 준다. 청소과에서는 봄•가을에만 한 달간 수거작업을 벌인다고 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본인이 직접 실어가겠다고 하자 남동공단 입구에 위치한 남동구재활용품 선별장을 알려줬다.

농민들도 농업용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농사꾼 기질을 버리고 자연환경을 책임질 줄 아는 선진 농업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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