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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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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파동
  • 의약뉴스
  • 승인 200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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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2000년 전부터 사용해 온 석면(Asbestos)은 그리스어의 "불을 끄다"에서 유래되었고, 이는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얻어진 말이다.

석면은 불연성 섬유질로써 건물의 지붕과 벽의 보온 방열재, 방음재, 전기 절연재, 보일러 보온재로 없어선 안 될 건축자재이며 자동차의 브레이크 라이닝, 방화복, 시멘트 강화제, 파이프 보온재, 코팅제로 최근에는 3,600종 이상의 상품과 산업제품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전국 농가주택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38%의 본채 지붕재료가 슬레이트이고, 이중 38%는 1960~70년대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축사와 창고에도 많이 쓰이고 있는 슬레이트에는 10%의 석면이 함유되어 있으며 수명이 오래되면 풍화•침식작용으로 분해되어 머리카락의 1/5000밖에 안되는 석면 가루가 공가중에서 바람을 타고 1,120km나 날라 간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이 환경문제를 야기 시켰고 수십 년 전부터 그 유해성이 꾸준히 지적되어 ‘조용한 시한폭탄, 죽음의 먼지, 침묵의 살인자’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얼마 전,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시사프로그램 ‘소비자고발’에서 방송되자 전국이 석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후 석면 검출은 베이비파우더에 그치지 않고 여성 화장품에서 의약품에까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석면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제약회사에서 알약을 만들 때 장방형, 원형, 팔각형 등의 모양을 잘 내기 위해 활택제로 탈크를 첨가하는데 석면이 다량 함유된 저질 탈크 수입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는 2~3천 억 원에 달하는 1,122 품목의 약품을 회수해 폐기조치하고 환자들에게는 약국에서 판매한 석면 탈크 함유 의약품 등을 환불해 주도록 했다.

하지만 생활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3,600 여종의 건축자재와 산업용품에 함유된 석면에 대해서는 정부 각 부처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제약회사들은 탈크가 활택제로 사용될 경우 1%(200mg인 알약의 경우 2mg) 정도여서 완제품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필름코팅의 경우 0.05%의 극미량만 사용되어 안전하므로 폐기처분하지 말고 예외조항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덕산약품이 수입한 탈크를 단 한 번이라도 사용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및 회수 명령 조치를 받은 120개사 중 56개사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구제를 받기도 했다.

석면은 호흡 시 폐에 미세 입자가 박혔을 경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일 뿐 복용한 것은 모두 대변으로 배출되어 인체에 피해가 없다는 학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이유도 호흡을 통해 그 가루를 마시면 20년에서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암이 생기는 악성 중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파우더 사건은 오래전,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발생했지만 대처 방법은 달랐다.

일본의 석면 탈크 베이비파우더 사건은 이미 22년 전인 1987년에 있었다. 당시 의학전문잡지인 ‘의학의 아유미’엔 ‘시중 유통 중인 11개 업체의 19개 제품 중 5개 제품에서 정성분석을 통해 0.4~4%의 백색석면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일본후생성은 조사 과정에서 30년 이상 석면관련 질환에 대해 진료해 온 의사들의 자문을 받아 ‘베이비파우더의 사용빈도가 많지 않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도 15년 전에 석면 파우더 사건이 일어났다. 국립직업안전연합회에서 베이비파우더의 흡입량을 알아보기 위해 인형을 사용해 시험을 한 결과 석면이 노출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당시, 이 두 나라는 해당 제조사에 자율개선 권고만 했을 뿐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나 회수명령은 내리지 않고 기준치를 새로 정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변웅전 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시판뿐 아니라 수출의 길을 막아 국위까지 손상시켰으며, 특히 국민의 식의약품 안전 불안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사전에 차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언론과 방송 보도가 나간 후에야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냄비 근성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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