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신라 진흥왕 때의 천재 화가 솔거(率居)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도약이었을까? 솔거가 황룡사(皇龍寺) 벽에 그린 노송도(老松圖)는 새들이 앉으려다가 부딪쳐 떨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어디선가 백로 한 마리가 전시실로 날아들어 긴 다리를 걸칠 소나무 가지를 찾을 것만 같다.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을 타고 풋풋한 솔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듯해 나도 모르게 소나무 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록에 실린 설명처럼 ‘높이 우뚝 솟아있는 푸른 솔의 기상은 마치 군목(君木)을 압도할까 두려워하는 것 같고, 고산(高山)준령에 은거하여 있음은 세상의 혼탁함을 피하기기 위함’인 듯싶은 웅장한 화폭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작품 ‘송화(松花)’앞에 다가서는 순간 화사한 봄빛에 몸을 담가 청록색으로 물든 솔잎에 손가락이 찔릴까 괜한 걱정이 든다. 옛날, 다식을 만들어 먹었던 송화(松花) 가루가 금방이라도 바람결에 날라들 것만 같다.
‘희망’과 ‘소원성취’는 연하장에서 자주 접했던 풍경으로 한민족의 상징인 소나무의 기상을 가슴에 품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라진 궁터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솔의 향연’은 오래전, 서 화백이 그리움을 뒤로한 채 고향을 떠나올 때의 향수를 청솔향을 통해 달래주고 있다.
‘눈 덮인 소나무’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품격, 눈과 싸우는 불굴의 자태를 찬미하고 있다.
‘그대 그리고 나’는 가깝게 기대선 두 그루의 소나무를 한평생 변치 않고 해로하는 한 쌍의 정다운 연인으로 표현했다.
‘연리지(連理枝)’는 바위틈에 강인한 생명력의 뿌리를 내리고 천년을 살아가며 부화뇌동하지도, 속세에 영합하지 않는 소나무의 끈기와 강직성을 표현했다.
‘군자목(君子木)’은 세찬 겨울을 꿋꿋하게 버텨낸 소나무에 옛사람들이 부여해준 영예의 호칭이다.
‘월향’은 달빛이 밝은 밤, 황금 같은 청춘을 보낸 노송이 적막한 산중을 홀로 지키는 풍경으로 저 멀리 산사에서 풍경(風磬)소리가 은은히 울려오는 듯하다.
차대영 교수(수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는 ‘사시사철 독야청청한 지조와 기개를 상징하며 우리 민족의 굴하지 않는 꿋꿋한 기상을 나타내는 소나무 그림은 작가 자신의 영혼을 담아내는 매개체이며, 소나무의 자태와 형상 내면의 본질과 삶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각이 만나 합일하는 고유의 작품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이 껍질을 까고 태어나는 새 생명의 경이로운 설레임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기를, 휘돌아 굽이치는 소나무와 같은 생명력을 지속하기를, 그렇게 영혼의 심연에서 길어 올리는 샘물처럼 맑고 깨끗한 작가와 작품과의 만남의 인연을 이뤄가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성은 미술평론가는 ‘굽이치며 돌아가고 힘차게 용틀임하며 비상하는 듯한 소나무의 가지와 둥치에서 앞날에 대한 희망과 다짐을, 용의 비늘처럼 둘러진 소나무의 껍질에서는 세월을 되돌아보는 관조의 심정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홀로 외로운 소나무에게선 기다림과 고독을 본다’고 평했다.
여송(如松) 서복례 화백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전공을 수료했다.
현재 남동구문화예술회 회장, 한국신미술협회 초대작가, 인천시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제물포 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여성작가회 운영위원, 창매회 회원, 서울미술협회 이사, 대한민국 창작미술협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심양박물관, 강남 코엑스, 인사동 인사갤러리 등에서 13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뉴욕, 요코하마, 중국 심양, 후쿠오카, 이태리, 중국 청도 등에서 꾸준하게 국제전을 펼쳐왔다.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老松圖)는 오랜 세월이 지나 다른 사람이 단청(丹靑)을 하였더니 날아드는 새가 없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그에 걸맞는 ‘군자의 절개와 지조의 성(盛)하기가 마치 소나무(松)의 청정함과 같음을 뜻하는 여송지성(如松之盛)’의 인품을 간직한 화백의 붓에서 그려져야만 진정한 감동을 안겨주는 법이다.
그의 손끝에서 어우러져 나오는 솔향을 음미하며 아호(雅號)인 여송(如松)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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