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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6 19:40 (수)
눈물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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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예찬
  • 의약뉴스
  • 승인 2009.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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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눈동자 위의 누선에서 나오는 짠맛의 체액으로 뜨거운 사랑과 깊은 동정심을 뜻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눈물이 떠나지 않는 것은 마음이 여리고 인정이 도타운 까닭이기에 나는 눈물을 사랑합니다.

눈물은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 원천입니다. 감정의 샘인 눈물은 쉼 없이 솟아 감동의 바다로 흘러내립니다. 내 영혼의 돛단배를 그 바다 위에 띄우고 싶습니다. 눈물을 사랑하는 만큼 뜨거운 피도 가슴 가득 간직하고 싶습니다.

피는 동물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체액으로 혈장과 혈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소, 영양분, 노폐물 따위를 운반하며 세균 방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빨간 빛깔을 보면 어릴 적, 깨어진 사발에 곱게 짓이겨 놓은 봉숭아꽃이 떠오릅니다. 손톱마다 듬뿍 얹어 놓고 명주실로 묶어 한 밤을 지새우던 봉선화는 아름다움과 동심의 향수를 자아내는 꽃입니다.

하지만, 뜰에 핀 봉선화를 보고 놀라 이마에 송송 맺힌 식은땀을 씻어 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는 이도 있습니다. 화약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전쟁의 말미에 선홍빛은 보기만 하여도 가슴에 와 닿는 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피’의 어원은 솜털이 곤두서는 듯 한 혐오감만을 안겨주는 단어는 아닙니다. 어느 해, 무더운 여름을 온통 뜨거운 눈물의 바다에 잠기게 했던 방송 프로가 있었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오열을 우리 모두의 슬픔으로 동감하며‘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 프로입니다.

사람이 타인을 사랑하고 잘못을 용서함은 뜨거운 피와 눈물을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이해심이 없고 몰인정한 사람을 가리켜 냉혈동물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텔레비전에서 만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모습이 인간들과 똑같아 자신이 ‘로봇’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성장하며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쁘거나 슬플 때 친구들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지만 그녀의 눈에선 차가운 물방울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뛰어놀다 다쳤을 땐 뜨거운 피가 흘렀지만 그녀의 상처에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불안과 궁금증을 억제할 수 없었던 소녀는 자신의 팔목에 깊은 상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뜨거운 피가 아닌 복잡한 전선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순간, 자신은 인간이 아닌, 금전으로도 사고 팔 수 있는 전자 제품에 불과하다는 좌절감에 눈물 없는 오열을 토하는 줄거리입니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하다는 이유만으로 피와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한 듯합니다. 번잡한 지하도에서 소매치기를 뒤쫓거나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모두가 관심 밖일 뿐입니다. 볼썽사납고 부도덕한 행실을 나무라면 안하무인으로 대들기 일쑤며 스승이 제자에게 회초리를 들어도 폭행죄로 구속되는 세태이기 때문입니다.

불의를 보고 겉저고리를 벗어 던지는 의협심은 신파극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의 주먹들은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최소한의 양심은 간직하였습니다. 피와 눈물이 있는 사나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각종 범죄의 행각은 글자 그대로 냉혈동물과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들의 얼어붙은 피와 눈물은 모조 인간 ‘로봇’소녀의 내부에 장치된 전자 부품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는 빨간 장미입니다. 향기는 없지만 인간의 따스한 사랑을 듬뿍 머금은 싱그러운 꽃입니다. 장미가 그 빛과 향을 잃으면 낙엽으로 짓밟히듯 사랑을 상실한 인간의 피는 생명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눈물은 수줍은 촌색시의 발그레한 볼만큼이나 순박한 감정의 표출입니다. 눈물이 없는 통곡은 듣는 이에게 슬픔보다 청각의 피로감만을 안겨 줄 뿐입니다.

진실한 눈물에는 아침 이슬보다 더 아름답고 고아(高雅)한 감동이 잠겨 있습니다. 얼굴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어떻게 불결한 액체로 비하할 수 있을까요.

기쁘거나 슬픈 감동은 우선 콧등을 시큰하게 하곤 눈언저리를 적시게 마련입니다. 눈물이 있어야 할 분위기에서 몰풍스럽게도 눈언저리가 메마른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인정이 마른 ‘철면피’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피와 눈물 !

그것은 싱그러운 물감으로 채색한 영원한 사랑의 수평선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되새겨 볼 때마다 피와 눈물에 함축된 은은한 인정미를 새롭게 탐닉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깃든 피와 눈물이 아니라면 모조 인간 ‘로봇’소녀의 내부에 장치된 전자 부품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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