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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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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뒷골목
  • 의약뉴스
  • 승인 200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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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떠난 지 5시간 만에 도착한 베트남 하노이의 현지 시간은 우리보다 두 시간이 늦은 밤 10시다.

지름길을 이용해 호텔로 가는 도중, 앞서 가던 차량들이 지체되는가 싶더니 되돌아 나온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전주가 쓰러져 고압선이 비포장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내일 오전까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3 대 자연 유산으로 3천여 개의 아름다운 섬이 한 폭의 동양화를 수놓고 있다는 하룡베이(下龍山)를 관광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네 시간 거리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차창엔 옛 산수도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스런 솟대 바위들이 하나 둘 흉측하게 파헤쳐지고 있는 광경이 비쳐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저건 아름다운 자연 환경 파괴다’ 하는 외마디가 목울대를 타고 나왔다. 하지만 이 나라는 미래를 위한 자연 보호보다 민생고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 더 급하다고 한다.

관광선에 오르자 노팁(NO TIP)을 전제로 한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는 주방장에게 주어야 한다며 일인당 1달러 식 팁을 걷는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종업원이 음료수와 맥주를 돌리기에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돈을 지불해야 한단다.

가이드는 여행의 극치란 그 지역 특산물을 맛보는 데 있다며 베트남에 왔으니 ‘다금바리’를 시식해 보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아이들을 포함한 다섯 가구, 14명 모두가 동감을 표하자 바다 가운데 가게로 뱃머리를 돌린다.

10 킬로그램을 600 달러에 주문하여 맛이나 보고 탕을 끓여 먹기로 했으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곳의 1 킬로그램은 600 그램이고 그나마 가시와 내장, 머리를 뺀 살점은 300 그램밖에 안된다며 두 마리, 16 킬로그램을 권한다. 일행이 고개를 젓자 가이드의 안색은 금방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점심시간이 지나 일행 모두가 시장기를 느끼고 있는 데도 가이드는 식사를 줄 생각을 않고 천궁동굴 일정까지 강행한다. ‘하롱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띠롭섬’ 등정 코스로 향하는 중, 가이드는 또 다른 ‘다금바리’ 가게를 들렀지만 그 속셈을 알아차린 일행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다.

‘다금바리’ 요리로 한 끼니를 해결하려던 가이드는 계획을 포기하고 그제야 밥과 반찬 두어 가지가 전부인 형편없는 점심상을 차렸다. 그 순간부터 베트남을 떠날 때 까지 일행은 씩씩거리는 가이드의 눈치를 살피며 전신 마사지와 쇼핑 관광을 해야 했다.

그날 밤, 일행이 교수님 방에 모여 술잔을 기울일 때, 나는 ‘한국에 가 연락을 할 땐 암호를 ‘다금바리’로 하자고 제안했다. ‘호치민’ 기념관 관광을 제쳐놓고 라텍스 판매장으로 관광객을 인도했던 가이드의 부조리를 성토하며 일행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엔 씁쓸한 여운이 깔려 있었다.

소형 쌍발 프로펠러 여객기를 타고 캄보디아에 입국할 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엔진이 돌아가기 전까지 한증막 같은 기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고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서 하늘을 향해 발돋움을 할 무렵 에어컨에서 솟아나는 하얀 연기는 마치 화재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씨엠립’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기 전, 우리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1인 당 1달러를 갹출했다. 원칙대로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심사이지만 1달러를 급행료로 지불하면 지금 즉시 통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급행료는 오직 ‘잘 살고 마음씨 좋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만 해당된다니 캄보디아 세관원들을 길들여 놓은 KOREA 관광 선구자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완(달러), 투(달러), 쓰리(달러) - - -.”

그들은 고개까지 끄덕이며 능숙한 솜씨로 우리 일행의 머리수를 달러로 환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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