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6층 건물 주인과 4층 건물 주인이 이웃사이로 살고 있었다.
4층 건물 주인은 동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부실한 부분을 보강한 후 6층으로 증축을 하려고 서류를 준비했다.
그러자 6층 건물 주인은 허가 관청을 찾아다니며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옆집이 자신의 집과 똑같이 6층으로 증축하려는 목적은 자신의 거실을 넘겨보고 재물을 훔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의사회가 약학대학 6년제를 저지하는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2년제 교육대학이 4년제로, 4년제 한의과대학은 물론 동물의 질병을 다루는 수의과대학조차 6년제로 승격된 지 오래된 현실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2년을 더 공부하겠다는 약학대학 6년제 추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네티즌 66.8%는 약대 6년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 김진표 부총리는 7월 1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대한약사회장과 가진 면담자리에서 ‘전문직의 경우 세계적으로 6년제로 학제를 연장하는 것이 추세’라고 밝혀 사실상 약대 6년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약대 학제개편을 위해 교육부는 2004년 8월부터 교육학 교수를 팀장으로 연구용역을 맡겨 8개월간 토론과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의료계 추천으로 이 연구팀에 참여한 연세대의대 이상무 교수도 ‘2+4’ 방안에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정부 주최로 약학대 학제 개편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을 때 의사들과 의대생 1백여 명이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는 집단행동을 벌이는 바람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 후 교육인적자원부는 7월 5일,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 국사관 3층 강당에서 약대와 의료계, 한의학계 관련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도 전국 각 지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든 의협 소속 회원 500여 명이 오후 2시부터 국사편찬위원회 정문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공청회를 저지했다.
의협회원 40여 명은 경찰의 저지를 뚫고 공청회장에 들어가 단상을 점거한 채 민중가요를 부르고 서로 팔장을 낀 채 단상에 드러누웠으며, 결국 10여 명이 경찰에 의해 공청회장 밖으로 끌려 나가는 추태를 국민들이 텔레비전 뉴스 화면을 통해 접해야만 했다.
2차 공청회는 경찰이 장내를 진정시킨 후 무사히 마쳤으며 학제 개편을 위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과정을 거쳐 현재 중3 학생들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2009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의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비례대표의원인 안영옥 의원은 7월 27일, 대학 수업연한 정부 위임은 위헌이라며 학제개편 관련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신상진 전 의사협회장을 비롯한 11명의 의원과 발의해 약대 6년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하고 있다.
사실상 약대 6년제를 반대할 당사자는 교육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이고 혜택을 보는 측은 국민이다. 또한 국회의원은 특정 이익단체가 아닌 범국민을 대신해서 민의를 수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해야 할 신분이다.
그러나 의사 출신인 안명옥 의원은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아닌 의사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라고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추천한 줄로 착각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 속에는 약사도 있고 약대 6년제를 찬성하는 국민도 대다수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발의에 참석했다가 철회한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과 김충환 의원,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 역시 구체적인 취지를 모르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가 ‘의사협회 한 쪽 편만 드는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안명옥 의원은 국민의 의원이기를 포기한 채 자신의 직업을 앞세워 특정 이익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전에 국민의 고통을 대변해 주고 해결해 주는 국회의원의 신분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