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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松都), 개성의 모교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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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松都), 개성의 모교를 그리며
  • 의약뉴스
  • 승인 200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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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山水) 좋고 역사 깊은 천년 고도(古都)에 뿌리를 내린 송도학원이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1906년 10월 3일, 윤치호 선생님의 유지(有志)에 따라 개성 산지현에 ‘한영서원’으로 개교한 송도는 11년 후 ‘송도고등 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를 얻었다.

6. 25전쟁으로 인해 인천으로 피난을 온 송도는 1952년 4월 5일, 송학동 임시 교사에서 제2의 개교를 했다. 그 이듬해 현재 중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답동으로 이전했으며 1982년 4월 19일, 동양화학제철 이회림 회장의 재단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지난 2005년 3월 2일, 옥련동에 고등학교 교사를 신축하기에 이르렀다.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송도는 제 86회 졸업식을 치르며 22,148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필자 역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송도 2만 2천 여 동문 중 한 구성원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1965년, 내가 송도중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필기시험과 체육 실기 시험을 치러야 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내게 송도중학교 진학을 권했다. 몸이 약해 체육 실기 점수를 제대로 받기 힘들어 경쟁에서 불리한데다가 허약자나 장애인의 입학을 허용하는 학교는 기독교 계통인 송도중학교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입학 후에 알았다. 그런 사연이 아니었다면 수재들이 모인다는 I 중학을 거쳐 J 고를 졸업했거나 두 번째로 커트라인이 높은 S 중학을 거쳐 I 고를 졸업했을지도 모른다.

담임선생님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현재 인천시약사회장으로서, 두 권의 저서를 출판한 수필가로서, 각종 언론에 칼럼을 게재하는 문필가로서 나름대로 만족한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모두 애교심 덕분이었다. 현실에 충실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모교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들은 개성에 뿌리를 둔 송도학교의 훌륭한 점을 자랑하시며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통일이 되는 날 개성의 모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사회 각층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선배님들과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송도의 동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내 가슴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게다가 각종 전국 대회를 제패하는 농구와 유도의 명문이라는 자부심이 절로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송도중학을 졸업한 후 송도고등학교 입학도 당연한 기정사실이었다. 훗날 내 인생의 스승이 되신 유영남 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망설임 없이 송도고 특수반에 입학을 했다.

우리 송도 동문의 특징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먼저 챙기기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봉사(奉事)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인천광역시약사회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9명의 회장이 역임했는데 그중 3명이 인천송도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만큼 출신학교의 교훈은 인생의 큰 지침이 되는 것이다.

송도의 교화(校花)는 개나리이며 교목(校木)은 은행나무이다. 두 가지가 모두 노란색인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개나리는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을 알리는 선구자이다. 은행나무는 천년의 수명(壽命)을 자랑한다. 한여름, 하늘을 향해 벌린 우람한 가지는 시원한 그늘을 안겨주며 단단한 목재는 고급 가구 재료로 애용되고 있다. 노란 단풍잎은 동맥경화증 치료 및 혈액 순환제 약품 제조 원료로 사용되며, 열매는 행인(杏仁)이라는 한약재로 기침. 가래 치료제로 처방된다. 그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이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고 봉사하는 수목(樹木)이다.

은행나무를 영목(靈木)이라함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마주 봐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문과 학교가 한 마음 한뜻으로 사랑해야 송도(松都)학원이 천년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내가 재학 중에 이루지 못한 개성 송도학원의 환도!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후배들에게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개교 100주년을 맞아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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