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복지관에는 정신지체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5년 과정의 재활교육 작업장인 ‘열린 일터’가 있다. 이곳에 정신지체 1-3급 장애 자녀를 맡긴 24명의 부모들은 장애 자녀들이 함께 일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5년이 지나면 이들의 자녀들은 보금자리였던 작업장을 떠나 아무도 반기지 않는 사회에서 외로운 생존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열린 일터’에서의 첫 만남 이후, 24명의 부모들은 재활 교육 과정 동안 매달 3-5만원씩 회비를 적립했다. 그 결과 총 1억 2천여만 원의 창업자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 경영인이 아니기에 공장 설립과정, 사업계획 수립, 자금융자 및 지원 등에 문외한이었으며 정신지체장애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창출해야하는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았다.
하늘은 이들의 간절한 소원을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인천지사와 남동구청은 이들의 진지한 모습에 감동한 나머지 팔을 걷고 나섰다.
고용촉진공단 인천지사는 ‘무한유엔아이’를 전국 최초 희망사업체로 지정하고 회사 설립에 따른 법률 절차와 자금융자,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남동구청은 일거리를 계속 제공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아 나섰다. 새로 설립하는 공장에서 사용할 사무용기기와 장애우들이 휴식시간에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후원해 줄 업체를 주선해 주었다.
특히 이들의 애틋한 사연을 전해들은 ‘은성물산’은 중국 공장에 있던 금형시설을 이곳 공장으로 이전 설치해 주어 기본 생산시설의 틀을 마련해 주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면 정부와 각종 사회단체들은 장애우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등 전시적인 행사를 펼치곤 한다. 그러나 이내 평상심으로 돌아가 별로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세상인심이기에 남동구청을 비롯한 남동공단 내 업체들의 이번 선행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진정한 장애우 복지정책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었다.
서양 속담에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지 말고 일어나는 방법을 일깨워주라’는 말이 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보다 물이 새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복지정책은 ‘퍼주기’식의 일회성 선심 행정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 경우처럼 깊은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곁에 다가선다면 결코 예산이 문제가 될 수 없다. 무형의 투자라고 할 수 있는 이웃의 따듯한 격려에 힘입어 지금까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창업의 의지를 실천으로 옮겨 ‘무한유엔아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일거리는 의료폐기물통 제작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보잘 것 없고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겠지만 장애인의 부모와 아이들에게는 거친 세파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는 소중한 일감이었다.
회사 대표를 맡은 장애우들의 부모인 이강유 씨는 ‘우리 아이들이 차이는 있지만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적응 훈련을 통한 자립의지를 생활화하기 위하여 회사를 설립했다’고 자립 공장 설립 취지를 밝혔다.
또한 ‘아이들이 웃는 얼굴과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며 정상인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사원 대표인 김대일(31세, 정신지체 2급)씨는 시종 웃는 낯으로 ‘일할 공장이 생겨 좋다’고 기뻐했다.
‘무한 유엔아이(無限 U & I)’는 ‘모두 하나가 되어 죽을 때까지 같이 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첫 번째로 설립된 장애우 자립 공장이 그들의 소원대로 친구들과 평생 일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고 나아가서는 바람직한 복지정책의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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