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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묘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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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묘 정책
  • 의약뉴스
  • 승인 200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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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유필우 의원의 장묘실태 자료 분석에 의하면 5년 후 인천엔 더 이상 공설묘지나 공원묘지 터가 없다고 한다. 매장 가능한 묘지는 3만4천859기에 불과한 반면에 한해 평균 5천9백기씩 매장해 2010년이면 포화가 되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는 내년, 울산은 2007년이면 만장(滿葬) 상태에 이르지만 각 시도는 공설. 공원묘지 증설계획을 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민족이 매장문화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수지리를 중시하며 명당을 찾고 커다란 봉분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만 조상을 제대로 섬긴다는 고정관념을 내 나름대로 깨뜨릴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몇 년 전, 문중 종친회에서는 넓은 선산에 흩어진 조상들의 유택(幽宅)을 정리해 납골묘에 모셨다. 300 여 년 전, 처음 안주한 분부터 시작하여 근래에 매장한 분들의 묘지를 개장해 유골을 화장한 후 납골묘에 모시는 작업 과정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봉분을 파헤친 후 유골을 수습하는 중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 전개되었다.

내 고조부의 유택은 선산(先山)의 맨 아래에 위치해 혹시 물이 차지 않았을까 우려했지만 분가루처럼 보송보송한 흙 위에 유골이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하지만 산등성이 맨 위에 자리 잡았으면서도 유골이 누워있는 광(壙) 위로 물이 가득 차 바가지로 물을 퍼낸 후 유골을 수습해야만 했던 경우도 있었다. 아카시아를 비롯한 나무뿌리가 유골과 뒤얽힌 곳도 있었다.

내 문중은 퇴관(退棺) 후 시신만 매장하기 때문에 입관(入棺)의 경우보다 빨리 육탈(肉脫)한다. 하지만 조모(祖母)의 유택은 습기와 냉기가 심한 탓으로 매장한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수의(壽衣) 한 올 조차 변하지 않았고 시신은 손가락을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상태였다. 선산의 명당자리로 부러움을 샀던 유택은 저수지처럼 물이 흥건하게 고였던 흔적이 있었다.

지하 광(壙)에서는 이런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후손들은 오직 봉분을 크게 만들고 잔디를 깨끗하게 다듬는 것을 조상에게 가장 큰 효도로 자부한 것이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 커다란 봉분 앞에서 절하는 상주(喪主)의 모습을 보며 ‘이 나라는 절을 받기위해 죽어서도 앉은 자세로 묻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광(壙) 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유골은 의학서적에서 본 사진을 떠오르게 한다. 고인의 유골은 지하 광(壙)속에 누워있는데 그동안 나는 봉분을 향해 절을 한 것이다. 아니 고인의 넋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건만 아직 흙으로 변하지 않은 유골만을 소중하게 여겨온 것이다.

영혼이 더 소중한 것이라면 유골이 지하에서 수난을 당하도록 내버려두기보다 화장(火葬)을 하여 납골묘에 모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문중(門中)은 봉분 1기에 유골단지 60개를 보관할 수 있는 납골묘 4기를 만들었다. 일반 묘지와 별다를 것 없지만 봉분을 크게 만든 후 밑 부분에 돌려가며 15개의 방을 만들고 다시 두 층으로 나눴다. 그중 한 칸의 위층에는 고인이 된 부친의 유골단지와 생존한 모친의 빈 유골단지가 놓여있고 아래층에는 나와 아내의 빈 유골함이 놓여있다. 옆 칸에는 아직 20대인 내 아들들의 방이 정해져 있다. 물론 뚜껑에는 각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납골묘를 한곳에 조성한 후 봉분이 난립했던 넓은 선산은 과실수와 정원수를 심어 조경작업을 마무리한 결과 이곳에 오면 혐오감보다 마음의 평온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매장을 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명당자리를 두고 종친 간에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된다. 벌초(伐草)를 앞두고 형제간 책임을 미루지 않아도 된다. 간혹 물이 가득 찬 지하의 광(壙) 속에 유골을 방치하지 않아도 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격이지만 조만간에 정부는 장묘정책을 개혁시켜야 한다. 그러나 급격한 개혁보다는 봉분 1기에 가족 모두를 모실 수 있는 종중(宗中). 공설. 공원 납골묘 조성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전국의 산과 들을 잠식하고 있는 묘지 면적을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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