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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8 12:13 (금)
한국혈우재단 광주의원 황태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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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혈우재단 광주의원 황태주 원장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4.12.0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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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환자를 위한 종합적 관리 시스템 필요

[의약뉴스]

 

혈우병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혈우병 치료 환경이 지난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환자들의 기대 여명뿐 아니라 건강수명도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안전하고 효과적인 유전자 재조합 제제가 개발돼 예방요법(응고인자 유지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를 잡으면서, 출혈 예방은 물론 건강한 관절을 보존할 수 있게 돼 환자의 삶의 질 또한 크게 개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혈우병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환자들이 스스로 위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의약뉴스는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 역사의 산증인인 한국혈우재단 광주의원 황태주 원장(한국혈우재단 상임이사)을 만나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과제를 들어봤다.

 

▲ 의약뉴스는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 역사의 산증인인 한국혈우재단 광주의원 황태주 원장(한국혈우재단 상임이사)을 만나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과제를 들어봤다. 황 원장은 혈우병 환자들의 기대 여명뿐 아니라 건강수명도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의약뉴스는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 역사의 산증인인 한국혈우재단 광주의원 황태주 원장(한국혈우재단 상임이사)을 만나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과제를 들어봤다. 황 원장은 혈우병 환자들의 기대 여명뿐 아니라 건강수명도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40년간 혈우병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선 선구자 
황태주 원장은 전남대학교병원장 및 대학원장, 대한소아과학회 회장, 대한수혈학회 회장,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내 혈액질환 치료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특히 우리나라 혈우병 분야의 선구자로, 예방요법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한국혈우재단에서 약 10년간(2012년~2021년)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혈우재단 상임이사 및 광주의원 원장으로서 전남권 혈우병 환자의 치료 및 질환 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황 원장은 “처음 혈우병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전공의 과정 중 환자들을 실제로 보면서였다”고 소회했다.

구체적으로 “병원에서 스텝으로 근무할 때, 환자들이 출혈로 인해 혈종이 발생해 마치 가성 종양처럼 부어오르면서 장애를 겪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면서 “다리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등 출혈이 심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보며 누군가는 이런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혈우병 치료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일본에 연수를 받으러 갔을 때, 일본에서는 이미 치료제가 개발되어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시 국내에는 혈우병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고, 치료제도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김길영 전 세브란스병원 교수님께서 혈우병 환자 치료에 큰 관심을 갖고 혈우병 환자 치료를 시작하고 계셨다”면서 “일본소아과학회에서 김길영 교수님을 만나 귀국 후 함께 혈우병 환자를 돌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치료 상황을 비교하며 고민하던 끝에 귀국해 김길영 교수님과 1987년 대한혈우재활협회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이후에는 “각 지역의 교수님들과 함께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며 “경상도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이순용 교수님이, 전라도는 제가, 서울과 경기는 김길영 교수님이 맡는 식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구하고, 협회를 통해 환자들의 복지와 보험 가입 지원,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으며, 그 후 경북대학교병원의 이건수 교수님이 경북 지역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전주 예수병원에서도 소아과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과 함께 혈우병 치료 인프라를 확대했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치료제가 마땅치 않다보니 질환에 관심을 갖는 의료진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황 원장은 “당시에는 혈우병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면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몇 차례 대한혈액학회와 대한소아과학회를 통해 혈우병 유병률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그때 확인된 환자 수는 고작 50~100명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 시절에는 치료제가 전무했기 때문에 대부분 수혈에 의존해 치료했다”면서 “초기에는 주로 혈장을 수혈했고, 이후 냉동 혈장(Cryoprecipitate)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치료가 매우 어려웠다”고 소회했다. 

특히 “당시 혈우병은 치료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질환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심지어 의료진조차 국내에 혈우병 환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며 “또한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 같은 합병증이 빈번하게 발생해 환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혈우병 환자들은 출혈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부족했던 시기였다”고 돌이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우병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무엇보다 어머니들과 의료진들이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큰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을 바탕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혈우재단 설립,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에 전환점
황태주 원장은 열악했던 혈우병 치료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으로 혈액응고인자 치료제 개발과 한국혈우재단 설립 등 2가지 사건을 꼽았다.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됐고, 한국혈우재단 설립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것.

황 원장은 “초기에는 치료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응급 사고로 인해 사망한 환자도 있었고, 고관절이나 슬관절 등에 발생한 반복된 관절 출혈로 장애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치료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혈우병 환자의 평균 수명은 겨우 44세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장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변화는 1980년대 말 GC녹십자가 혈액응고인자 8인자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며 “당시 GC녹십자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무료로 치료제를 공급하기도 했고, 복지부도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환자들은 보험 적용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환자들의 치료 의지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1년에 한국혈우재단이 설립되면서 국내 혈우병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고,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재단 설립을 기점으로 환자 관리가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는데, 이 시기가 혈우병 치료와 관리에 있어 실질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혈우재단은 국내 혈우병 환자의 열악한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자 1991년 2월 설립과 동시에 서울에 재단 부설 의원을 개원했다.

이후 서울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들 진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광주 의원(2006년 12월), 부산 의원(2007년 9월)을 차례로 개원했다.
 
현재 한국혈우재단은 부설 의원을 통해 일반 진료, 재활물리치료, 유전자검사, 임상병리검사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형외과 클리닉, 재활 클리닉, C형간염 클리닉, 비뇨의학과 클리닉 등 특수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급여 의료비 지원, 취업 교육비 지원, 수영ㆍ헬스 등 운동 강습비 지원, 환자,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위한 상담, 교육,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다방면으로 환자 및 환자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황 원장은 “한국혈우재단이 발간한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환자 수는 2000명이 넘는다”면서 “모든 환자들이 한국혈우재단을 통해 진료를 받는 것은 아니고, 전체 환자의 약 70~80%를 재단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외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한국혈우재단이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 환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면에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진료 환경도 적지 않은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혈우병 전문가를 배출해야 할 대학병원에서 혈우병 치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 

황 원장은 “혈우병 치료제는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대형 병원들이 혈우병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 보험 체계에서는 병원이 약을 구입한 가격 그대로 보험 청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이 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이로 인해 병원들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분야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병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전문의 배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과대학에서도 혈우병에 대한 강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혈우병 전문의는 여전히 많지 않다”면서 “그 이유는 혈우병과 같은 희귀 혈액 질환이 내과나 소아과에서 다루는 주요 질환에 비해 연구나 진료에서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내과 의사들은 주로 심장, 소화기 질환을 다루고, 소아과 의사들은 백혈병이나 소아암에 집중한다”면서 “혈우병 관련 교육이나 연구는 부족하고, 의대에서도 관련 강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는 대형 병원 쏠림 현상 역시 열악한 혈우병 치료 환경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 원장은 “일본은 혈우병 치료 센터가 수백 개 있고, 미국은 골수 이식 센터만 300개가 넘는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이유로 “우리나라 환자들은 대형 병원이나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몰린다”면서 “대다수의 환자들이 대형 병원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에, 지방의료 체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 서울의 주요 병원에는 지방 환자가 절반 이상”이라며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환자들이 대부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중앙 집중화 현상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니 혈우병 치료에 관심을 가진 의료진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혈우병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는 전국적으로 15명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국민들의 의료 이용 행태와 의료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한국혈우재단이 우리나라의 혈우병 치료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의원급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형 사고 등 응급 상황에서는 대형병원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혈우병 환자들 치료할 수 있는 대형병원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황 원장은 “한국혈우재단에서는 응급 상황이나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지역 대학병원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예전보다는 훨씬 나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혈우병 환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전했다.

 

◇혈우병 치료,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 가능하도록 보험 체계 변화해야
혈우병 치료 환경에 있어 또 하나의 전환점은 유전자재조합 제제의 등장이다.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출혈을 예방할 수 있는 유전자재조합 제제의 등장으로 혈우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출혈 시 투여에서 예방요법으로 전환된 것.

예방요법은 출혈은 물론 이로 인한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건강 관련 삶의 질을 향상, 혈우병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투약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반감기 연장제제가 도입돼 예방요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용량 및 용법을 적용하는 예방요법이 아니라, 각 환자의 연령, 중증도, 출혈 양상, 동반 질환 및 개별 환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건강 상태나 신체 활동에 따른 ‘개인 맞춤형 치료’로 나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가운데 황 원장은 예방요법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에 부정적인 국내 의료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예방요법의 필요성을 역설, 국내에 예방요법이 정착할 수 있도록 앞장서 왔다.

그는 “예방요법 시행은 혈우병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독감 예방접종이나 당뇨 환자의 인슐린 주사처럼, 혈우병에서는 일정한 혈액응고인자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가능한 조기에 예방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현재는 우리나라의 보험 체계에서 예방요법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지원하고 있다”면서 “현재 보험에서 처방 가능한 용량으로 예방 요법을 실시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환자마다 반감기, 약물의 약동학적 특성, 주사 후 약물 소모 시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예방요법도 환자의 상태에 맞춰 개인화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처럼 개별적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들도 일상생활을 해야 하다 보니 약동학 검사를 하거나 추가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학생이나 직장인 환자들은 시간이 부족하고, 오랜 기간 같은 질병을 앓다 보면 치료 의지가 약해지기도 하며, 이런 상황에서 일부 환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조차 약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반감기 연장 제제가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이 제제에도 몇 가지 한계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 체계상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된 용량만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비용 효과성을 따지다 보니 환자에게 필요한 충분한 용량 제공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감기 연장 제제는 자주 투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표준 반감기 제제 대비 피크 레벨에 도달하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반감기 연장 제제가 최선이 아닐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의료진이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감기 연장 제제가 많은 경우 도움이 되지만, 환자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의료진이 환자 맞춤형으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이 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혈우병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려면, 건강보험 급여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 원장은 “현재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맞춤형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맞춤형 치료를 위해 보험 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일부는 허용됐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예를 들어, 반감기가 짧은 환자들에게는 추가 처방이 가능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약을 처방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더 나은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규정으로 인해 처방량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일본처럼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권한이 우리나라에도 주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혈우병 환자들은 혈우병 이외에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는 만큼, 만성질환 관리와 정신적, 사회적 지원을 포함한 통합적인 치료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어야 하며, 각 약제의 장단점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혈우병 환자가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40여 년간 혈우병 환자들과 함께하며 혈우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뛰어왔던 황 원장은 전남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후 화순노인전문병원에 이어 한국혈우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혈우병 진료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퇴직 후에는 좀 쉬려고  생각해 한 2~3개월 쉬고 있었는데, 평생 함께해 온 환자들이 한국혈우재단으로 오라고 권유하는 바람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마침 그 무렵에 한국혈우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쉬기보다는 그동안 함께한 환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다만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보람이 크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있다”며 “환자들이 원하는 것과 재단이 지원할 수 있는 것에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사로서 환자들을 최대한 돕고 싶지만, 국내 보험 체계와 재단의 한계로 인해 모든 요구를 충족하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돕는 일은 여전히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원장은 사회에서도 혈우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혈우병 환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요즘 사회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혈우병에 대한 태도나 인식에는 부정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면서 “특히 혈우병은 유전인 경우도 많아 환자들이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가 자신을 사회에서 숨기려 하거나, 가족들도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사회의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어, 환자들이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나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혈우병보다 더 심각한 질환도 많고, 치료제조차 없는 질환도 있는 만큼, 혈우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거두어야 하며, 환자들 역시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는 “항상 환자들에게 ‘혈우병이 당뇨병보다 낫다’고 이야기하는데, 당뇨병은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이며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점에서 혈우병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 스스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질환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혈우병 치료제의 발전으로 환자들의 기대 여명이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라 치료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의 변화뿐 아니라, 국내 혈우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혈우재단에 대한 기부도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황 원장은 “과거에는 소아 혈우병 환자 치료에 집중했으나, 저출산으로 인해 신생아 환자는 줄어들고 이제는 성인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혈우병 환자들의 평균 수명이 연장된 만큼, 앞으로는 중장년층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청년 환자들이 자립심을 갖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중장년층 환자들에게는 성인병 관리를 포함한 포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통해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재단에 더 많은 기부가 필요하다”며 “기부가 늘어나야 환자 관리가 개선되고, 청년 환자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심리적 지원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혈우병 환자들이 안정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과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기부금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재 법규로 인해 기부금을 받는 것이 쉽지 않고, 기존에 기부하던 회사들도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다”면서 “국내 혈우병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환자, 의사, 정부가 하나 되어 혈우병을 극복하겠다는 단결된 자세와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환자들을 더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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