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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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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의 환상
  • 의약뉴스
  • 승인 2011.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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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신도시로 이전하는 제물포고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시 교육청은 여론조사 결과 총 16,184명 중 65.8%가 찬성을 했다며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구는 78.9%, 남동구ㆍ남구ㆍ서구 등에서는 22%의 찬성률을 보인 반면, 중구와 동구 주민들은 96.3%가 반대했다.

연수구 주민들이 이전에 찬성하는 이유는 관내 학생 수 증가로 인한 학교 설립의 필요성과 원거리 통학문제 개선에 있다.

연수구의 학생 수 증가는 공감하지만 원거리 통학문제 개선은 이유가 닿지 않는다. 중구ㆍ동구ㆍ남구 3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수 845명에 비해 연수구는 3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도심의 낙후로 제물포고 지원 학생 수가 17개 학급에서 절반으로 감소해 학교 운영상 이전이 어쩔 수 없다는데 공감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반면에 구도심 활성화에 반하고, 교육의 평등성을 훼손시키는 정책이며, 중구지역 재개발로 인구가 점차 증가될 수 있다며 이전을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구도심권에 있던 10여 개의 학교가 타 지역으로 이전을 하는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제물포고의 이전에는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

중구ㆍ동구ㆍ남구 3개 지역 구청장의 기자회견 내용처럼 구도심이 교육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침체될 것을 우려해서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제물포고가 1970년대 학력 하향평준화가 시행되기 전까지 인천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명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물포고 출신 동문들의 의견도 물어봐야 한다.

만에 하나 과거 대한민국 명문 고등학교였기에 중구에 붙잡아 놓으려 한다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서울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한 학교별 2011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입학생 3천255명 중 인천지역은 3.7%에 해당하는 121명에 불과했다.

인천지역 121명의 합격생은 지난해보다 43명이 감소한 숫자이며 인천과학고(12명), 인천국제고(7명), 연수고(5명), 학익고(5명), 세일고(4명), 부광고(3명), 부평고(3명), 숭덕여고(3명), 신송고(3명), 인천공항고(3명), 대건고(3명), 가좌고 등 19개 학교에서 각 2명씩을 배출했다.

불행하게도 3명 이상 합격생을 배출한 학교 명단에 하향평준화 된 제물포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며칠 전, 3.1절 날을 개교기념일로 삼고 그날에 입학식을 치른 모 고등학교를 다녀왔다. 이 학교는 강원도 횡성의 산골에 위치하고 있지만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학부형들은 이른 시간에 거행된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달려왔다.

학부형들은 먼 길을 달려오며 “이 학교가 내가 사는 지역에 있었다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동병상련을 겪었을 것이다.

설립자의 남다른 교육 이념으로 오늘의 결실을 맺은 이 학교를 지켜보며 학력평준화 정책이 아니었더라면 제물포고도 학생 수가 절반으로 감소해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태까지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학력평준화 정책 하에서는 제물포고가 구심권에 남아있든 타 지역으로 이전을 하든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학력 평준화정책의 실패를 인정했기에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그리고 2002년에는 자립형고등학교를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 주었다.

또한 인천시교육청은 전국 최하위 학력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78개의 인문고등학교 중 10개의 학력향상 선도학교를 선정해 4년간 매년 4억 원을 지원하고 입학생 선발권까지 부여한다고 한다.

하지만 위 특목고에 영재들을 넘겨주고 남은 두뇌들을 모아 어떤 기적을 이뤄낼지 궁금하다.

정치인들은 한 고등학교의 이전 여부를 지역발전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전국 최하위 수준인 인천의 학력 향상 방안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

‘과거의 명문’ 환상에서 ‘제물포’라는 명칭에만 연연하지 말고 남녀고교를 합병해서라도 인근지역 학생들의 등교에 불편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애당초 제물포고를 특목고나 영재학교로 지정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발목을 잡으며 이전에 대해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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