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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의 효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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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의 효부들
  • 의약뉴스
  • 승인 2011.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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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를 맞는 심청효행대상 시상식이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있었다.

심청효행대상은 1999년 10월, 인천시 옹진군이 고전 소설 ‘효녀 심청전’의 배경인 백령면에 심청각을 건립할 당시 가천문화재단에서 심청동상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제정돼 지금까지 총107명이 수상을 했다.

처음엔 청소년들에게 효 정신을 심어주고 심청의 극진한 효심을 기림으로써 자기수양과 자기계발의 거울로 삼도록 학생들만 대상으로 했으나 2008년부터는 날로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의 효성이 갸륵한 며느리들도 수상자로 선정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 온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 도우미상’도 신설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천길재단 이길여 이사장은 ‘심청의 효성을 본받아 부모님께 효도하고 우리의 미풍양속인 효 사상을 후세대에 이어가도록 한 수상자들에게 존경과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또한 언어와 풍습이 다른 이국땅에서 생활하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고충은 적지 않겠지만 굳건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정성을 기우린다면 어떤 역경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다문화가정 효부상 부문 대상을 수상한 베트남 출신 다오티프엉(30세)씨는 한국인과 결혼한 친구의 소개로 2006년에 남편과 결혼해 충남 공주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2년 후 불행의 여신은 사랑하는 남편을 그녀의 곁에서 영원히 데려갔다. 이웃 친지들은 20대의 꽃다운 나이 때문에 그녀가 시부모와 어린 아들을 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뜻밖에도 그녀는 시댁에 남아 변함없이 병환중인 시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연로하신 시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녀의 갸륵한 효성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마저 지난 10월에 사망해 지금은 시어머니와 세 살 박이 아들의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고국에 있는 친정가족을 그리워할 틈도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며느리와 엄마로서의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본상을 수상한 필리핀 출신의 김제인(40세)씨는 12년 전인 1998년에 결혼해 경남 창원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혈관성 치매를 앓아 거동할 수 없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며 식사와 용변 등 간병을 해 왔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친자식들도 달가워하지 않는 병수발을 마다하지 않으며 불안정한 남편의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틈틈이 창원 이주민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9명의 식구를 거느린 농촌 가정의 며느리가 된 일본 출신 후지다미나고(40)씨도 본상을 수상했다. 오늘의 다문화가정 효부가 탄생하기까지 정신적이 버팀목이 되어준 다문화 도우미상은 순천 외국인 한글학교(대표 문왕철)에 돌아갔다.

2003년 4월, 뜻을 같이 한 순천지역 교사들은 한글 교실을 열어 7년간 약 500여 명의 외국인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을 교육시켰다.

최근엔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합창단 ‘짱뚱이와 두루미’를 창단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여가활동을 돕고 있다.

약사회장 시절, 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쉼터에 머무르며 멍든 육체와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피해 여성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폭력 남편들은 외국에서 시집 온 여성들이 한국어에 서툴고 답답하며 성적 노리개가 되어주지 않는다며 욕설과 손찌검을 했다.

이웃들은 피부 빛이 다르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냉대했으며, 또래의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혼혈아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천륜을 져버리는 일부 몰인정한 한국며느리보다 더 뜨거운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시상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심청효행대상 다문화가정효부상은 한국인 며느리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안겨 주었고, 다문화가정의 며느리들에게는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큰 힘과 용기를 심어 주었다.

해마다 거금을 들여 심청효행대상을 마련해준 가천문화재단 이길여 이사장께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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